
ISSUE 2026 · W31 | 우주 전력·에너지 시스템
뉴스페이스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10년 뒤에 필요할 기술”을 누가 먼저 심어 두느냐가 중요해진다. 2026년 7월 29일, NASA 혁신 선도 개념(NIAC, NASA Innovative Advanced Concepts) 프로그램이 올해의 1단계 과제 18건을 발표했다. 금성 표면을 몇 년씩 굴러다니는 공 모양 로버, 토성 고리로 보내는 초소형 위성 떼, 달 용암동굴로 내려가는 비행 로봇까지 목록은 화려하다. 그런데 이 중 5건을 전력과 열의 눈으로 다시 읽으면 공통점 하나가 드러난다. 햇빛이 닿지 않는 극한 환경에서, 이 과제들은 과연 전기를 더 많이 만드는 쪽을 겨누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곳을 겨누고 있을까.
18건, 과제당 17만 5천 달러, 9개월
NASA 발표에 따르면 올해 NIAC 1단계 선정은 총 18건, 지원 규모는 합계 약 320만 달러다. 과제당 최대 17만 5천 달러로 9개월간 개념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선정 과제의 개별 소개 페이지는 7월 21일 NASA 누리집에 먼저 게시됐고, 공식 발표는 7월 29일 이뤄졌다.
1단계는 기술 성숙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로 치면 가장 앞단이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말이 되는가, 시스템으로 묶으면 무엇이 병목인가”를 따지는 단계다. 따라서 과제 소개문에 적힌 수치는 목표이지 실증값이 아니다. 이 점을 전제로 다섯 과제를 전력·열 관점에서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다섯 과제가 겨누는 다섯 개의 어둠
유타대학교의 PRTPV(플라즈몬 강화 방사성동위원소 열광전 발전기)는 비출력 17 W/kg, 열-전기 변환효율 40% 초과를 목표로 한다. 열원과 광전지 사이의 진공 간극을 알루미나 같은 고굴절률 소재로 채워 복사 전력 밀도를 굴절률의 제곱만큼 키우고, 다층 광결정 플라즈몬 결합기로 열복사 스펙트럼을 광전지 밴드갭에 맞춘다는 구상이다. 목표 임무는 달 영구음영지역(PSR, Permanently Shadowed Region)과 성간 탐사다.
Stone Aerospace의 LUX(달 지하 탐사기)는 폭 약 100 m×88 m, 깊이 133 m인 고요의 바다 수직갱으로 내려가 용암동굴을 탐사한다. 착륙선이나 로버에 실린 1~2 kW급 보드 레이저가 탐사기에서 풀려 나오는 광섬유를 통해 전력과 데이터를 보내고, 레이저 열로 냉가스 추진의 비추력(Isp)까지 높인다는 개념이다. 제노 파워 시스템즈의 EARENDIL은 아메리슘-241(Am-241) 방열원을 우주복에 넣어 달의 2주짜리 밤과 영구음영지역에서 우주비행사에게 수동 난방을 제공하는 구상으로, 열 모델링과 방사선 보건 평가, 우주복 통합을 검토한다.
버지니아공대의 ECLIPSE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내부 접촉 면적을 바꿔 온도에 따라 열전도율이 달라지는 메타소재로, 히터나 큰 전력 없이 소형 이동 탐사기의 방열 경로를 스스로 열고 닫는다. JPL의 CANVAS는 금성 표면에서 여러 해를 버티는 구형 로버로, 로버 외피 전체를 방열판으로 쓰는 폐쇄 브레이턴 사이클 방사성동위원소 전력계를 핵심으로 내세운다. 비교 대상으로 든 DAVINCI 탐사체의 표면 수명은 18분이다.
그림 1. NIAC 2026 1단계 선정 과제 중 전력·열 관련 5건의 분류. 수치는 NASA 공개 과제 소개문 기준 목표값이며, 좌우 배치는 필자의 해석이다. MMRTG 비출력은 공개 제원(125 W, 45 kg) 기준.
| 과제 | 풀려는 에너지 문제 | 접근 | 공개 수치 | 핵심 미지수 |
|---|---|---|---|---|
| PRTPV | 태양광이 없는 곳의 발전 밀도 | 고굴절률 간극 + 플라즈몬 결합기 TPV | 17 W/kg, 효율 40% 초과(목표) | 광전지 냉각 온도와 방열판 크기 |
| LUX | 완전한 암흑 지하에서의 전력·통신 | 광섬유 레이저 전력 전송 | 1~2 kW 레이저, 수직갱 133 m | 레이저 가열 추진의 Isp 향상 폭 |
| EARENDIL | 달 밤·PSR에서 우주비행사 체온 | Am-241 착용형 방열원 | 수치 미공개 | 필요 열량과 임무 선량 |
| ECLIPSE | 소형 탐사기의 히터 전력 | 온도 의존 가변 열전도 메타소재 | 수치 미공개 | 전도율 가변비와 반복 내구성 |
| CANVAS | 금성 표면 장기 생존 | 폐쇄 브레이턴 RPS + 초고온·고압 전자 | DAVINCI 표면 수명 18분과 대비 | 고온 방열에서의 사이클 효율 |
표의 마지막 열이 이 글의 요점이다. 다섯 과제의 미지수는 거의 모두 “얼마나 만들 수 있나”가 아니라 “열을 어디로 보내고, 전력을 어디까지 옮기나”에 걸려 있다. 발전 효율을 내세운 PRTPV조차 성패는 광전지를 얼마나 차갑게 유지하느냐, 곧 방열에 달려 있다.
지상의 열광전과 궤도의 열광전
지상 현황. 열광전(TPV, Thermophotovoltaic) 발전은 지상에서 고온 산업 폐열이나 열저장 설비의 전력 회수 수단으로 연구돼 왔다. 광전지는 수냉이나 공랭으로 식히고, 효율 기록도 이런 냉각이 보장된 조건에서 나온다.
우주 적용 시 변화. 궤도나 달 표면에는 물도 공기도 없다. 광전지가 변환하지 못한 열은 복사로만 버려야 하고, 광전지는 온도가 오를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효율 40%”라는 숫자는 광전지를 몇 K에 붙잡아 두느냐는 조건과 한 쌍으로만 의미가 있다. 동시에 방사성동위원소 열원은 끌 수 없으므로, 발사 전 페어링 안에서부터 열을 버릴 경로가 필요하다.
연결 원리. 지상 TPV의 효율은 냉각수를 공짜로 쓴 값이고, 우주 TPV의 효율은 방열판 질량을 포함해 다시 계산해야 하는 값이다. 17 W/kg이라는 목표가 방열판까지 포함한 시스템 값인지가 1단계 연구에서 가장 먼저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NIAC 2026의 전력·열 과제들이 공통으로 겨누는 것은 발전량이 아니라 마지막 1미터다.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진짜 병목은 전기를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만든 에너지를 로봇의 모터와 우주비행사의 손끝과 탐사기 전자장비까지 손실 없이 옮기고 필요 없을 때 가두는 경로다.
Reason. LUX는 발전기를 동굴 밖에 두고 광섬유로 전력을 끌고 들어간다. EARENDIL은 전기를 거치지 않고 열을 직접 몸에 붙인다. ECLIPSE는 전력을 써서 열을 만드는 대신 이미 있는 열을 덜 잃게 만든다. 세 과제 모두 “전기→열” 변환이나 배터리 저장이라는 중간 단계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한다.
Example. LUX의 사슬을 가정값으로 따라가 보자. 전기→레이저 효율 40%, 광섬유 1 km 투과 80%, 수광 광전 변환 45%를 가정하면 종단 효율은 약 14.4%다. 레이저 광출력 2 kW를 내려면 착륙선은 약 5 kW의 전기를 써야 하고, 탐사기에 도착하는 전기는 약 0.72 kW, 착륙선에 남는 열은 약 3 kW다. 탐사기를 가볍게 만든 대가로 착륙선이 발전소이자 방열판이 되는 구조다. PRTPV도 같은 논리를 보인다. MMRTG(125 W, 약 2 kW 열, 45 kg)와 같은 125 W를 효율 40%로 얻으면 열원은 약 313 W면 되고, 17 W/kg이면 질량은 약 7.4 kg이다. 그러나 광전지에서 나오는 폐열 약 188 W를 300 K에서 버리려면 단면 방열판이 약 0.48 m² 필요하다(복사율 0.85 가정).
Point. 결국 이 다섯 과제는 “어둠 속 전력”의 해법을 발전기 성능 경쟁에서 에너지 경로 설계로 옮겨 놓는다. 햇빛이 없는 곳의 전력 예산은 몇 W를 만드느냐보다 몇 번의 변환을 거치느냐로 결정된다는 것이 이번 선정 목록이 던지는 신호다.
반론과 제약. 1단계 과제의 수치는 목표일 뿐이다. PRTPV가 내세운 “효율 약 7배, 비출력 거의 10배 향상”도 기준을 MMRTG 공개 제원(약 2.8 W/kg)으로 잡으면 비출력은 약 6배 수준이다. Worst-case로 보면 고굴절률 간극 소재가 방사성동위원소 열원의 고온과 장기 방사선에 노출되며 광학 특성이 변할 수 있고, LUX의 광섬유는 수직갱 가장자리의 날카로운 암석에 긁히거나 끊길 수 있다. EARENDIL은 우주비행사 선량이라는, 전력과는 다른 차원의 제약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지상 시험과 우주 환경의 괴리. 광섬유 전력 전송과 TPV 효율은 지상 실험실에서 대기압·상온 냉각 조건으로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 달 표면은 낮 약 390 K에서 영구음영지역 수십 K까지 온도가 벌어지고, 진공에서는 복사 외의 냉각 경로가 없다. 금성 표면은 반대로 약 740 K, 약 90기압의 초고온·고압 환경이다. 지상에서 얻은 효율을 이 조건의 성능으로 확언할 수 없으며, 1단계 연구의 핵심은 바로 이 괴리를 얼마나 정직하게 모델링하느냐에 있다.
경계 조건(BC) 주석. (1) LUX 계산의 레이저 효율 40%, 광섬유 1 km 투과 80%, 광전 변환 45%는 설명용 가정값이며 과제 소개문의 수치가 아니다. (2) PRTPV 비교는 MMRTG 공개 제원(수명 초기 125 W, 열 약 2 kW, 질량 45 kg)을 기준으로 했고, 17 W/kg이 방열판 포함 값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3) 방열판은 온도 300 K, 복사율 0.85, 단면, 배경 약 3 K, 외부 열입사 0을 가정했다. (4) 달·금성 표면 온도와 압력은 대표값이며 지점·시각에 따라 다르다. (5) EARENDIL과 ECLIPSE의 정량 목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 요약 항목 | 내용 |
|---|---|
| 사건 | 2026-07-29 NASA NIAC 2026 1단계 18건 발표(합계 약 320만 달러, 과제당 17만 5천 달러, 9개월) |
| 핵심 제원 | PRTPV 17 W/kg·효율 40% 초과 목표, LUX 1~2 kW 레이저·광섬유, EARENDIL Am-241 착용 방열원, ECLIPSE 가변 열전도 메타소재, CANVAS 폐쇄 브레이턴 RPS |
| 핵심 통찰 | 어둠 속 전력의 병목은 발전량이 아니라 마지막 1미터의 전달·보존 경로 — 변환 횟수가 전력 예산을 정한다 |
| 숨은 제약 | TPV 효율은 광전지 냉각 온도와 한 쌍, 광섬유 전송은 착륙선에 발전·방열 부담 전가 |
| 확인 필요 | PRTPV 비출력의 방열판 포함 여부, EARENDIL 열량·선량, ECLIPSE 가변비, 2단계 진출 여부 |
정리하면 올해 NIAC의 전력·열 과제들은 “더 강한 발전기”보다 “더 짧은 에너지 경로”를 묻고 있으며, 그 질문은 달 남극과 금성 표면 모두에 똑같이 적용된다.
본 글은 NASA의 NIAC 2026 선정 발표문과 각 과제 공개 소개문(유타대학교, Stone Aerospace, Zeno Power Systems, 버지니아공대, NASA JPL)을 근거로 작성했으며, MMRTG 제원은 공개 자료 값을 사용했다. 가정값은 본문에 명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추정하지 않고 “확인 필요”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