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 2026 · W31 | 발사체 & 뉴스페이스
뉴스페이스 발사 시장에서 “궤도에 무엇을 올리느냐”만큼 빠르게 커지는 영역이 있다. 대기권 끝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오는 준궤도 시험 발사다. 2026년 7월 27일, 로켓랩은 미 우주군과 2억 6,600만 달러 규모의 준궤도 발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회사 역사상 최대 발사 계약이고, 무대는 새로 쓰게 될 알래스카 코디악섬의 발사장이다. 그런데 로켓랩의 엔진은 가스 터빈이 아니라 리튬폴리머 배터리로 펌프를 돌린다. 1 MW가 넘는 배터리를 북위 57도의 가혹 조건 속으로 옮겨 가 반복해서 쏘아 올린다면, 그 로켓의 성능을 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로켓랩 최대 발사 계약, 무대는 알래스카
로켓랩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약의 발주처는 미 우주군 우주시스템사령부(SSC, Space Systems Command)의 로켓시스템발사프로그램(RSLP, Rocket Systems Launch Program)이다. 계약 규모는 2억 6,600만 달러로, 준궤도 발사 12회에 최대 6회의 추가 옵션이 붙어 있다. 목적은 미국 미사일 방어 능력 성숙을 지원하는 준궤도 시험 발사이며, 첫 발사는 2026년 말 이후로 예정됐다.
발사장은 알래스카 코디악섬의 태평양 우주기지(PSCA, Pacific Spaceport Complex-Alaska)다. 로켓랩은 이 발사장이 기존 뉴질랜드 제1발사단지(LC-1)와 버지니아 제2·3발사단지(LC-2, LC-3)를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피터 벡 CEO는 “발사 빈도, 반복, 집요한 실행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성숙시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보도자료 자체는 어떤 기체로 발사할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보도자료는 HASTE를 극초음속 시험 발사 능력으로 함께 소개했고, Space.com은 Electron과 그 준궤도 파생형 HASTE를 언급했다. Space.com에 따르면 HASTE는 2023년 6월 데뷔 이후 9회, Electron은 2017년 5월 이후 82회 비행했다. 실제 투입 기체는 확인이 필요하다.
배터리로 펌프를 돌리는 엔진
Electron 계열의 핵심은 Rutherford 엔진이다. 로켓랩은 이를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전기펌프 공급식 엔진으로 소개한다. 일반적인 액체 엔진은 추진제 일부를 태운 가스로 터빈을 돌려 펌프를 구동하지만, Rutherford는 브러시리스 DC 모터가 펌프를 직접 돌린다. 공개 정리 자료는 엔진당 약 37 kW, 약 40,000 rpm으로 기술하고, 1단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9기 엔진에 1 M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한다고 설명한다.
Electron의 공개 제원은 높이 18 m, 직경 1.2 m, 습윤 질량 약 13,000 kg이다. 1단은 Rutherford 9기로 이륙 추력 190 kN(최대 224 kN), 비추력 311초를 내고, 2단은 진공형 1기로 25.8 kN, 343초를 낸다. HASTE는 이를 바탕으로 최대 700 kg의 탑재체를 고도 80 km 이상에서 초속 3~7.5 km 이상의 속도로 분리하는 준궤도 시험 발사체다.
여기서 한 가지 수치를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엔진당 37 kW에 9기를 곱하면 약 333 kW로, “1 MW 이상”과 맞지 않는다. 37 kW가 모터 하나 기준인지, 연속 출력인지 최대 출력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공개 자료만으로는 이 관계를 확정할 수 없으므로 본 글은 두 수치를 각각의 출처 표기대로만 사용한다.
그림 1. 전기펌프 공급식 엔진의 에너지 흐름과 고위도 발사장 변수(개념도). 1 MW·37 kW·40,000 rpm은 공개 정리 자료값이며, 연소 시간·버스 전압·내부저항은 설명용 가정이다.
| 항목 | Electron (궤도) | HASTE (준궤도) |
|---|---|---|
| 기반 | 로켓랩 소형 궤도 발사체 | Electron 파생 준궤도 시험 발사체 |
| 엔진 | 1단 Rutherford 9기, 2단 진공형 1기 | Rutherford(딥 스로틀 가능으로 소개) |
| 추력 | 이륙 190 kN(최대 224 kN), 2단 25.8 kN | 공개 자료 확인 필요 |
| 탑재 능력 | LEO 300 kg | 최대 700 kg |
| 분리 조건 | 궤도 투입(킥 스테이지) | 고도 80 km 이상, 분리 속도 3~7.5 km/s 이상 |
| 비행 이력(보도 기준) | 2017년 5월 이후 82회 | 2023년 6월 이후 9회 |
| 기존 발사장 | 뉴질랜드 LC-1, 버지니아 LC-2 | 버지니아 LC-2 |
표에서 두 기체의 공통분모는 배터리로 펌프를 돌리는 Rutherford 엔진이다. 준궤도 시험 발사는 궤도 투입보다 더 무거운 탑재체를 더 다양한 속도·고도 조건으로 보내야 하므로, 추진 성능의 변동 폭이 곧 시험 조건의 변동 폭이 된다. 새 발사장이 추운 고위도라는 점은 이 변동 폭을 배터리 온도라는 변수에 직접 묶는다.
따뜻한 발사장에서 고위도 발사장으로
지상 현황부터 보자. 리튬 계열 배터리의 성능 시험과 엔진 연소 시험은 대개 온도가 통제된 시설에서 이루어진다. 로켓랩의 기존 발사장인 뉴질랜드 마히아반도와 미국 버지니아 월롭스는 중위도에 있어, 극단적인 저온 대기 조건이 발사 운용의 상수로 자리 잡지는 않았다.
북위 약 57도의 코디악으로 옮기면 조건이 달라진다. 리튬 계열 셀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내부저항이 커져, 같은 전류를 뽑을 때 전압이 더 크게 떨어지고 저항 손실이 늘어난다. 전기펌프 엔진에서 전압 강하는 곧 모터 회전수 저하, 펌프 토출 압력 저하, 연소실 압력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발사 전 배터리를 적정 온도로 유지하는 보온·열조절이 추진 성능의 전제 조건이 된다. 코디악의 계절별 기온과 PSCA의 전력 설비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두 환경을 잇는 원리는 “추진제 온도 관리가 배터리 온도 관리로 바뀐다”는 것이다. 가스 터빈 엔진이 추진제 온도와 밀도를 관리하듯, 전기펌프 엔진은 여기에 배터리의 열 상태라는 변수가 하나 더 붙는다. 발사장이 추워질수록 이 변수의 비중은 커진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전기펌프 로켓의 추진 성능은 배터리 온도의 함수다. 그래서 고위도 발사장에서 고빈도 준궤도 발사를 하겠다는 이번 계약은, 발사장 측에 “배터리 열조절 전력”이라는 새로운 인프라 변수를 만든다.
Reason. 가스 발생기 사이클 엔진에서 펌프 동력은 추진제의 화학 에너지에서 나온다. 전기펌프 엔진에서는 그 동력이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에서 나온다. 배터리가 차가우면 같은 에너지를 담고 있어도 꺼내 쓸 수 있는 출력이 줄고, 출력이 줄면 펌프가 약해져 추력이 떨어진다. 즉 “탱크가 가득 찼는가”와 함께 “배터리가 따뜻한가”가 발사 가능 조건이 된다.
Example. 감을 잡기 위해 가정 계산을 해 보자. 1단 배터리가 평균 1 MW를 연소 시간 150초(가정) 동안 공급한다면 필요한 에너지는 150 MJ, 약 41.7 kWh다. 버스 전압을 400 V로 가정하면 전류는 약 2,500 A다. 이때 팩 내부저항이 10 mΩ 늘어날 때마다 저항 손실은 I²R = 2,500² × 0.01 ≈ 62.5 kW씩 늘어난다. 저온으로 내부저항이 커지면 이 손실이 발열과 전압 강하로 동시에 나타난다. 연소 시간, 버스 전압, 내부저항은 모두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은 설명용 가정값이다.
Point. 그래서 준궤도 발사 12회는 “로켓 12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추운 발사장에서 1 MW급 배터리를 매번 적정 온도로 준비하고, 연기가 생기면 그 온도를 계속 유지하는 지상 전력의 문제다. 발사 빈도를 강조한 이번 계약에서, 이 준비 전력은 곧 발사 간격을 정하는 변수가 된다.
반론과 제약. 전기펌프 방식이 고위도 발사에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배터리는 연소 중 스스로 열을 내므로, 적정 온도에서 출발하기만 하면 연소 중 저온 문제는 줄어든다. 그러나 Worst-case로 발사가 여러 차례 연기되면, 배터리 보온 전력은 연기 시간에 비례해 누적되고 기체 탑재 배터리의 자체 방전과 열 사이클도 쌓인다. 반대로 과열 방향의 Worst-case, 즉 적정 온도보다 높게 보온된 상태에서 1 MW급 방전이 시작되면 셀 온도 상한에 더 빨리 닿는다. 두 방향 모두를 고려한 열 설계가 필요하다.
지상 시험과 우주 환경의 괴리. 배터리 셀의 방전 성능은 대개 온도 통제 시험실에서 측정되며, 엔진 연소 시험도 발사장과 다른 기후 조건에서 이루어진다. 준궤도 비행 중 배터리는 고도 80 km 이상의 희박한 대기와 급격한 가속·진동을 함께 겪는다. 기존 중위도 발사장의 비행 실적을 고위도 발사장의 성능으로 그대로 옮겨 확언할 수 없는 이유다.
경계 조건(BC) 주석. (1) 계약 규모·발주처·발사 횟수·발사장·첫 발사 시점은 로켓랩 2026-07-27 보도자료 기준이다. (2) HASTE 9회·Electron 82회 비행 이력은 Space.com 2026-07-27 보도 기준이다. (3) Electron·HASTE 제원은 로켓랩 공개 제품 정보, Rutherford의 37 kW·40,000 rpm·1 MW 이상은 공개 정리 자료(위키백과) 표기다. (4) 에너지 41.7 kWh는 평균 1 MW × 연소 150초 가정, 전류 2,500 A는 버스 400 V 가정, 62.5 kW는 내부저항 10 mΩ 증가 가정에 따른 계산이며 실제 제원이 아니다. (5) 코디악 위도(북위 약 57도)는 발사장 위치의 일반 지리값이며, 기온 자료는 사용하지 않았다.
| 요약 항목 | 내용 |
|---|---|
| 사건 | 2026-07-27 로켓랩, 미 우주군 우주시스템사령부 로켓시스템발사프로그램(RSLP)과 2억 6,600만 달러 규모 준궤도 발사 계약(12회 + 옵션 최대 6회) |
| 핵심 제원 | 알래스카 태평양 우주기지(PSCA, 코디악) 신규 운용, 첫 발사 2026년 말 이후, HASTE 탑재 최대 700 kg·분리 고도 80 km 이상 |
| 핵심 통찰 | 전기펌프 로켓은 추진 성능이 배터리 온도의 함수이므로, 고위도 고빈도 발사는 발사장 측 “배터리 열조절 전력”이라는 새로운 인프라 변수를 만든다 |
| 숨은 제약 | 저온에서의 셀 내부저항 증가와 전압 강하, 연소 중 배터리 발열, 발사 연기 시 보온 전력 지속 |
| 확인 필요 | 실제 투입 기체(보도자료 미명시), 배터리 팩 용량·전압, 37 kW 수치의 모터당/엔진당 기준, PSCA 전력 설비 |
정리하면 이번 계약은 발사 횟수의 계약이기에 앞서, 1 MW급 배터리를 추운 땅에서 반복해서 “따뜻하게” 준비하는 능력에 대한 계약이다.
본 글은 로켓랩(Rocket Lab) 보도자료와 제품 정보, Space.com 보도, 위키백과의 공개 정리 자료를 근거로 작성했다. 가정값은 본문에 명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추정하지 않고 “확인 필요”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