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고, 나르고, 저장하고, 버린다 — NASA ACO 41건에 숨은 달 남극 전력 사슬

달 남극 영구음영지역으로 광섬유 레이저 전력빔을 보내는 수직 태양전지와 라디에이터를 표현한 NASA ACO 전력 사슬 커버 이미지

ISSUE 2026 · W27 | 우주 전력·에너지 시스템

달 남극은 인류가 가장 먼저 기지를 세우려는 곳이자, 태양이 결코 높이 떠오르지 않는 가혹 조건의 땅이다. 햇빛은 지평선을 스치듯 옆에서 들어오고, 크레이터 바닥의 영구음영지역(PSR, Permanently Shadowed Region)은 수십억 년 동안 빛을 본 적이 없다. 얼음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동시에 전력을 만들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는 긴장이, 달 탐사 전력 설계의 출발점이다. 2026년 6월 26일 NASA가 발표한 민관협력 선정 41건 가운데에는 이 문제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공략하는 과제들이 흩어져 있다. 그렇다면 이 과제들을 하나의 에너지 사슬로 이어 붙이면, 달 남극에서 전력의 진짜 병목은 어디에 남는가.

41건의 협력, 돈 대신 시설과 전문가

NASA는 6월 26일 2025년도 협력기회공고(ACO, Announcement of Collaboration Opportunity)를 통해 37개 기업의 제안 41건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협력은 자금이 오가지 않는 무상 협정이다. 대신 NASA는 시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전문 인력을 제공하며, 기관이 투입하는 자원의 가치는 약 3,000만 달러, 이에 대응하는 산업계 기여는 약 3,200만 달러로 추산됐다. 협정별 수행 기간은 12~24개월로 예상된다. 2015년 첫 ACO 이후 NASA가 지원한 과제는 110건을 넘는다.

공고 주제는 우주 수송 엔진 요소, 유도·항법, 착륙 시스템, 궤도상 서비스·조립·제조, 그리고 에너지 관리 기술이었다. NASA 첨단연구·기술 부문(Advanced Research and Technology Division)의 그렉 스토버(Greg Stover)는 “미국 산업계가 달과 화성, 그 너머로 가는 NASA 임무의 능동적 동반자가 되도록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자료가 전력 분야의 대표 사례로 직접 소개한 것은 록히드마틴의 과제였다.

명단 속에 흩어진 전력 과제들

NASA 산업 협력 페이지에 공개된 선정 명단에서 전력·열 관련 과제를 추리면 다음과 같다. 록히드마틴 스페이스(콜로라도 리틀턴)의 “Such Great Heights — 표면 적용을 위한 수직형 태양전지 어레이 기술 역량 고도화”, 록히드마틴의 “Beaming Over Lunar Surfaces Testing”, 텔레다인 에너지 시스템즈(메릴랜드 헌트밸리)의 “우주급 수소 전력 시스템(SHEPS, Space-rated Hydrogen Electric Power System)”, 어드밴스드 쿨링 테크놀로지스(펜실베이니아 랭커스터)의 “3D 프린팅 루프 히트파이프와 전개형 라디에이터 패널, 열제어 밸브 비행시험”이 대표적이다. 레골리스 소결을 이용한 달 표면 열관리 과제와 스털링 변환기 유기재료의 조사 시험 과제도 명단에 있다.

NASA는 록히드마틴의 빔 과제를 “달의 영구음영지역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듈형·소형 에너지 솔루션”으로 설명하며, 이 무선 전력 전송 시스템이 광섬유 레이저와 우주용 방열 시스템을 활용해 전력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반면 텔레다인 SHEPS의 구성(연료전지인지, 재생형인지, 규모는 얼마인지)과 각 과제의 출력 목표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달 남극의 햇빛은 옆에서 온다

달의 자전축은 공전면에 대해 약 1.54°밖에 기울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극지방에서 태양 고도는 1년 내내 지평선 근처 몇 도 안에서만 움직인다. 지구 위성의 태양전지판처럼 수평에 가깝게 눕힌 패널은 이 빛을 거의 받지 못하고, 주변 지형이 조금만 높아도 그림자에 묻힌다. 수직 태양전지 어레이가 필요한 이유다. 패널을 세우고 높이 올릴수록 지형 그림자를 넘어 더 긴 시간 햇빛을 받는다.

그러나 세운 패널이 닿지 못하는 곳이 있다. PSR 바닥은 정의상 햇빛이 한 번도 들지 않는다. 빛이 있는 능선에서 발전해, 빛이 없는 크레이터 바닥으로 에너지를 옮겨야 한다. 케이블을 끄는 방법과 빛으로 쏘는 방법이 있고, 록히드마틴의 빔 과제는 후자다. 그리고 햇빛이 끊기는 시간을 넘기려면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며, 모든 변환 단계에서 생긴 열은 대류 없는 진공에서 복사로만 버려야 한다. 이번 명단의 전력 과제들은 정확히 이 네 단계에 하나씩 대응한다.

달 남극 전력 사슬: 세우고, 나르고, 저장하고, 버린다1. 세운다수직 태양전지태양 고도 약 1.5도 이내록히드마틴2. 나른다광섬유 레이저 빔능선에서 PSR 바닥으로록히드마틴3. 저장한다수소 전력(SHEPS)구성·규모 미공개텔레다인4. 버린다루프 히트파이프전개형 라디에이터·밸브ACT빔 사슬 예시 (가정): 전기 444 W → 광 222 W → 수신 200 W → 전기 100 W송신부 폐열 222 W (복사 방열 필요) · 수신부 손실 100 W (PSR에서는 생존 열원)가장 약한 고리가 전달 전력을 정한다 — 각 효율은 가정값

그림 1. 2025 ACO 전력 관련 과제를 에너지 사슬로 재배열한 개념도. 빔 사슬 수치는 전기-광 50%, 전달 90%, 광-전기 50%를 가정한 예시이며 록히드마틴의 공개 제원이 아니다.

사슬 단계선정 과제수행 기업달 남극에서의 역할공개되지 않은 핵심 값
발전Such Great Heights — 수직형 태양전지 어레이록히드마틴 스페이스지평선 근처 햇빛을 지형 그림자 위에서 포착어레이 높이, 출력 목표
전송Beaming Over Lunar Surfaces Testing록히드마틴광섬유 레이저로 PSR 내부에 전력 전달, 우주용 방열 포함파장, 출력, 전송 거리, 효율
저장SHEPS 우주급 수소 전력 시스템텔레다인 에너지 시스템즈햇빛이 없는 시간의 전력 공급(추정 역할)구성 방식, 에너지 용량
방열3D 프린팅 루프 히트파이프·전개형 라디에이터·열제어 밸브 비행시험어드밴스드 쿨링 테크놀로지스낮에는 열을 버리고 밤에는 열을 지키는 가변 방열방열 용량, 비행 시험 일정

표는 이번 선정이 개별 부품의 나열이 아니라, 발전·전송·저장·방열이라는 전력 사슬의 각 고리를 동시에 건드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모든 고리에서 출력과 효율 같은 정량값이 비어 있어, 어느 고리가 사슬 전체의 병목이 될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사슬의 전달 전력은 가장 약한 고리가 정한다.

지상의 레이저와 달의 레이저

지상 현황. 지상에서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는 금속 절단과 용접에 널리 쓰이는 성숙한 기술이다. 전기-광 변환에서 생긴 열은 수냉 칠러가 대기로 버리며, 1기압의 공기와 냉각수가 열을 쉽게 실어 나른다. 빔이 지나는 경로에는 공기가 있지만 거리가 짧고 환경이 통제된다.

우주 적용 시 변화. 달 표면은 약 10⁻¹² Torr 수준의 초고진공이다. 대류가 없으니 송신기의 폐열은 오직 라디에이터의 복사로만 빠져나가며, 방출량은 표면 온도의 네제곱에 비례한다. 낮에는 지평선 근처의 태양과 데워진 지형이 라디에이터를 비추고, 밤에는 주변이 수십 K까지 식는다. 수신기 쪽은 반대로 PSR의 극저온 속에서 광전 변환 효율과 전자 장비의 생존 온도를 동시에 지켜야 한다. 날리는 레골리스 먼지는 광학면에 달라붙어 투과율을 떨어뜨린다.

연결 원리. 두 환경을 잇는 원리는 에너지 보존이다. 레이저로 옮기지 못한 에너지는 모두 열이 되고, 그 열을 버리는 수단이 지상에서는 공기와 물이지만 달에서는 면적이다. NASA가 록히드마틴 과제를 설명하며 “우주용 방열 시스템”을 굳이 명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달에서 레이저 전력 전송은 광학 과제이기 전에 방열 과제다.

밤을 넘기는 저장, 그리고 수소

극지방 능선 일부는 거의 연중 햇빛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지구 기준 약 354시간에 이르는 달의 밤을 저장 에너지로 버텨야 한다. 100 W 부하를 이 기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에너지는 약 35.4 kWh다. 팩 수준 비에너지 150 Wh/kg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방전 심도 80%를 가정하면 배터리만 약 295 kg이다. 저장 요구가 커질수록 전지를 통째로 늘려야 하는 배터리와 달리, 수소 기반 시스템은 탱크를 늘려 에너지를 늘리는 구조라는 점이 일반적인 논거다.

다만 이것은 텔레다인 SHEPS의 성능이 아니라 수소 전력 계통 일반의 논리다. 전기분해와 연료전지를 오가는 왕복 효율은 배터리보다 낮은 편이고, 생성된 물이 얼지 않도록 지키는 데에도 열과 전력이 든다. SHEPS가 어떤 구성을 택했는지 공개되기 전까지, 배터리 대비 질량 이득이 어느 규모부터 생기는지는 확인 필요 항목으로 남는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이번 ACO 명단의 전력 과제들은 네 개의 독립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에너지 사슬이며, 영구음영지역이라는 특수한 경계 조건 아래에서는 수신기의 변환 손실이 “폐열”이 아니라 “생존 열원”으로 바뀐다. 따라서 PSR 전력빔의 효율은 전기만이 아니라 전기와 쓸모 있는 열의 합으로 평가해야 한다.

Reason. 지구 궤도나 지상에서 광전 변환기의 손실은 순수한 부담이다. 버려야 할 열이 늘어날 뿐이다. 그러나 수십 K의 PSR 바닥에 놓인 로버나 계측기는 전자 장비와 배터리를 생존 온도로 유지하기 위해 어차피 히터 전력을 써야 한다. 레이저가 수신기에 닿는 순간 생기는 열을 장비 내부로 이어 붙이면, 그만큼 전기 히터를 끌 수 있다.

Example. 그림 1의 가정 사슬(전기-광 50%, 전달 90%, 광-전기 50%)에서 수신 전력 100 W를 얻으려면 송신단에 약 444 W의 전기가 필요하고, 전체 전기-전기 효율은 22.5%에 그친다. 그러나 수신부에서 생긴 100 W의 열을 생존 가열에 모두 쓸 수 있다면 쓸모 있는 에너지는 200 W로, 유효 효율은 약 45%가 된다. 반대편 송신단은 222 W의 폐열을 버려야 하는데, 300 K에서 방사율 0.85인 라디에이터가 한쪽 면으로 우주를 본다고 가정하면 약 0.57 m²가 필요하다.

Point. 그래서 달 남극 전력 설계의 병목은 “얼마나 많이 발전하느냐”보다 “사슬의 어느 끝에서 열을 버리고 어느 끝에서 열을 쓰느냐”에 가깝다. 방열 과제(루프 히트파이프와 열제어 밸브)가 전력 과제와 같은 명단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론과 제약. 이 계산은 낙관적인 가정 위에 서 있다. 최악의 경우 레골리스 먼지가 수신기 광학면을 덮어 투과율이 떨어지면, 같은 전력을 얻기 위해 송신 출력을 올려야 하고 송신단 폐열과 라디에이터 면적이 함께 커진다. 송신단이 놓일 능선의 라디에이터가 지평선 근처 태양과 데워진 지형을 보게 되면 방열 능력은 더 떨어진다. 방열 부족 → 송신 전력 제한 → 수신부 히터 부족 → 배터리·저장 용량 증가 → 질량 증가 → 착륙선 탑재 한계라는 순환이 생긴다. 또한 빔과 수신기 사이의 가시선이 지형에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기하학적 제약도 있다.

지상 시험과 우주 환경의 괴리. 이번 협정은 12~24개월 동안 NASA 시설에서 기술을 성숙시키는 단계다. 열진공 챔버는 진공도와 저온 벽을 모사할 수 있지만, 1/6 G에서의 먼지 거동, 지평선 근처 태양의 긴 그림자, PSR 바닥의 수십 K 환경과 레이저 수신이 동시에 걸리는 조건을 한 번에 재현하기는 어렵다. 지상 시험에서 확인한 효율을 달 표면 성능으로 확언할 수 없는 이유다.

경계 조건(BC) 주석. (1) 빔 사슬 계산은 전기-광 50%, 경로 전달 90%, 광-전기 50%를 가정했으며 록히드마틴의 공개 제원이 아니다. (2) 라디에이터 면적은 표면 300 K, 방사율 0.85, 한쪽 면이 0 K 우주를 보는 조건을 가정하고 태양·지형 복사 입력을 무시했다. (3) 저장 계산은 100 W 일정 부하, 354시간, 팩 비에너지 150 Wh/kg, 방전 심도 80%를 가정했다. (4) “유효 효율 45%”는 수신부 열 100 W 전부가 생존 가열 수요와 일치한다는 이상적 경계 조건에서의 값이다. (5) SHEPS의 구성, 모든 과제의 출력·효율 목표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요약 항목내용
사건2026-06-26 NASA, 2025 ACO로 37개 기업 41건 선정(무상 협정, 기관 자원 약 3,000만 달러·산업 기여 약 3,200만 달러, 12~24개월)
핵심 제원전력·열 과제: 록히드마틴 수직 태양전지·광섬유 레이저 전력빔(우주용 방열 포함), 텔레다인 SHEPS 수소 전력, ACT 루프 히트파이프·전개형 라디에이터
핵심 통찰PSR에서는 수신기 변환 손실이 생존 열원이 된다 — 전력빔 효율은 전기+쓸모 있는 열로 평가해야 한다
숨은 제약송신단 폐열의 복사 방열, 먼지에 의한 광학 투과율 저하, 가시선 확보
확인 필요레이저 파장·출력·전송 거리, SHEPS 구성과 용량, 수직 어레이 높이·출력, 비행 시험 일정

정리하면, NASA의 이번 선정은 달 남극 전력을 발전·전송·저장·방열의 사슬로 바라보게 하며, 그 사슬에서 열은 버릴 대상이자 동시에 쓸 자원이다.

본 글은 NASA 보도자료와 NASA 우주기술 산업 협력 페이지의 공개 선정 명단을 근거로 작성했다. 가정값은 본문에 명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추정하지 않고 “확인 필요”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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