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교환기 대신 피스톤이 돈다: 제노파워 하모니아가 재정의하는 달의 밤 전력 공식

달 표면에서 작동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스털링 발전기 개념도

뉴스페이스가 달 남극으로 몰려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 영구음영지역(Permanently Shadowed Region, PSR)에 얼음이 있고, 얼음이 있는 곳에 물과 추진제가 있다. 그런데 그 극한의 보물창고는 동시에 가장 가혹한 전력 지옥이기도 하다. 달의 밤은 지구 기준 14일, 태양전지판이 무용지물이 되는 336시간 동안 시스템은 무엇으로 버티는가. 2026년 8월 20일, 제노파워(Zeno Power)가 이끄는 ‘하모니아(Harmonia)’ 컨소시엄이 실마리를 내놨다 —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RHU와 RTG, 그리고 이번엔 RSG

방사성동위원소 전력원의 계보는 셋으로 나뉜다. 방열원(Radioisotope Heater Unit, RHU)은 붕괴열을 그대로 열로만 쓴다 — 배터리를 얼지 않게 데우는 용도다.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RTG)는 열전소자(제벡 효과)로 열을 직접 전기로 바꾸지만 변환효율이 6~8%대에 머문다. 이번 하모니아 프로젝트가 개발하는 것은 세 번째 계보, 방사성동위원소 스털링 발전기(Radioisotope Stirling Generator, RSG)다. 열전소자 대신 스털링 엔진 — 밀폐된 기체를 가열·냉각하며 피스톤을 왕복시켜 발전기를 돌리는 외연기관 — 을 쓴다는 점이 핵심이다.

방사성동위원소 열원 RHU, 열전발전기 RTG, 스털링발전기 RSG의 계보와 변환효율을 비교한 흐름도
RSG는 열전소자 대신 스털링 엔진을 써 RTG 대비 3~4배 높은 변환효율을 노린다.

스털링 사이클은 카르노 사이클에 근접한 이론효율을 갖기 때문에, 같은 열원(붕괴열)에서 RTG 대비 3~4배 높은 변환효율을 노릴 수 있다. NASA가 2010년대에 시험한 첨단 스털링 방사성동위원소 발전기(ASRG)가 바로 이 계보의 선배 격이다. 하모니아 컨소시엄은 여기에 연료를 플루토늄-238 대신 아메리슘-241(Am-241)로 바꿨다. Am-241은 반감기가 432.2년으로 Pu-238(87.7년)보다 훨씬 길어 장기임무에 유리하고, 무엇보다 우주용 Pu-238은 전 세계 생산량이 연간 1.5kg 안팎으로 공급이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 반면 Am-241은 상업용 원자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와 공급망 부담이 훨씬 가볍다.

2026년 8월, 설계검토를 통과하다

제노파워가 주도하고 블루오리진, 인튜이티브 머신스, 스털링엔진 전문기업 선파워(Sunpower Inc.), 데이턴대 연구소(UDRI), NASA 글렌·마셜 연구센터가 참여하는 하모니아 팀은 NASA의 팁핑포인트(Tipping Point) 프로그램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이 RSG를 개발 중이다. 2026년 8월 발표된 최신 마일스톤은 최종설계검토(FDR)로, 시스템 설계가 모든 성능 요구조건을 충족했을 뿐 아니라 애초 규격 대비 3.5배에 달하는 출력을 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스털링 엔진 특유의 높은 열-전기 변환효율이 실제 하드웨어 수준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일정은 2027년 초 지상 실증을 거쳐 2028년 이후 달 임무에서 비행 자격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목표로 하는 임무는 명확하다 — 달의 밤 14일 동안 착륙선·로버·과학장비의 전력을 유지해 임무 수명을 2주에서 수년 단위로 늘리는 것, 그리고 태양광이 원천적으로 닿지 않는 남극 PSR 내부의 장기 탐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붕괴열 → 전기 변환 경로 비교Am-241 붕괴열RTG 경로열전소자(제벡효과) 6~8%RSG 경로(하모니아)스털링 엔진 20%대 목표전력 출력
구분 RTG (열전소자) RSG (스털링 엔진, 하모니아)
변환 방식 제벡 효과(고체소자, 가동부 없음) 외연기관 피스톤 왕복(가동부 존재)
열-전기 변환효율(대표값) 약 6~8% 약 20%대 목표(설계검토 시 규격 대비 3.5배 출력 확인)
연료 동위원소 전통적으로 Pu-238 Am-241 (공급망 병목 회피)
신뢰성 리스크 가동부 없어 장기 신뢰성 높음 가동부 마모·진동이 신규 리스크 변수

이 비교표가 말해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 RSG는 효율에서 RTG를 크게 앞서지만, 그 대가로 스털링 엔진의 기계적 가동부라는 새로운 신뢰성 변수를 떠안는다. 같은 붕괴열에서 3배 가까운 전기를 뽑아낼 수 있다면 방열원 질량을 줄이거나 탑재체 전력 여유를 늘릴 수 있지만, 수년간 무정비로 왕복운동을 지속해야 하는 피스톤·베어링의 마모 수명이 임무 기간 내내 검증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하모니아 RSG의 진짜 의미는 ‘더 센 전력원’이 아니라 ‘같은 동위원소 재고로 더 많은 전기를 뽑아내는 변환 효율의 도약’이다.

Reason. 우주용 방사성동위원소 연료(Pu-238이든 Am-241이든)는 지상 원자로처럼 무한 증산이 가능한 자원이 아니다. 발전 효율이 오르면 같은 질량의 연료로 더 많은 전기를, 혹은 같은 전력을 더 적은 연료로 얻을 수 있다 — 이는 곧 방열원·차폐체 질량 감소로 이어지고, 절감된 질량은 과학 탑재체나 구조 마진으로 재배분된다. “단열 부실→히터 전력 증가→태양전지 확대→질량 증가→발사비 상승”이라는 순환 구조의 정반대 방향, 즉 “변환효율 향상→연료 질량 감소→차폐 질량 감소→탑재체 여유 확대”라는 선순환이 성립하는 셈이다.

Example. 가정: 동일 열출력 100W(th)의 Am-241 열원이 있다고 하자(BC: 이하 수치는 하모니아 팀이 공개하지 않은 임무 미확정 상태의 예시적 가정치이며 실제 비행 사양이 아니다). RTG 경로(효율 7% 가정)라면 전기출력은 약 7We에 그치지만, RSG 경로(효율 22% 가정)라면 약 22We를 얻는다. 같은 임무가 30We 전력을 요구한다면 RTG 방식은 열원을 약 4.3배(430W th급)로 키워야 하는 반면, RSG 방식은 약 1.4배(140W th급)로 충분하다 — 열원 규모 차이만큼 연료·차폐 질량 절감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Point (재확인). 다만 이 효율 이득은 스털링 엔진의 장기 신뢰성이라는 제약과 맞바꾼 것이다. 하모니아 팀은 2027년 초 지상 실증에서 이 가동부의 수명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며, 2028년 이후 실제 비행에서야 진공·열사이클 환경에서의 신뢰성이 검증된다.

경계조건(BC) 주석. 본문의 열-전기 변환효율 수치(RTG 6~8%, RSG 20%대)는 스털링 방사성동위원소 발전기 계열의 공개된 대표값이며, 하모니아 프로젝트가 목표로 제시한 정확한 설계 효율치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규격 대비 3.5배 출력”은 제노파워·세라핌벤처스가 발표한 최종설계검토(FDR) 결과의 정성적 수치이며, 절대 출력값(W)은 미공개다. 100W(th) 열원 예시 계산은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시나리오로, 실제 하모니아 RSG의 임무 사양과 무관하다.

항목 내용
프로젝트 하모니아(Harmonia) — 제노파워 주도, NASA 팁핑포인트 1,500만 달러
참여기관 블루오리진, 인튜이티브 머신스, 선파워, 데이턴대 연구소, NASA 글렌·마셜
핵심 기술 Am-241 붕괴열 + 스털링 엔진 발전(RSG)
2026-08 마일스톤 최종설계검토(FDR) 통과, 규격 대비 3.5배 출력 확인
목표 일정 2027년 초 지상 실증 → 2028년 이후 비행 자격 획득

본 글은 2026년 8월 20일 기준 공개된 보도자료와 업계 발표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구체적 출력·효율 수치 중 공식 미공개 항목은 본문에 그 사실을 명시했습니다. 임무 설계는 개발 단계로, 실제 비행 사양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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