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 2026 · W27 | 우주 소재·탐사기술
달 남극 기지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착륙선과 로버 계약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2026년 6월 30일 NASA가 내놓은 발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새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미 있는 하드웨어였다. 퍼서비어런스의 지상 쌍둥이로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Jet Propulsion Laboratory) 마스야드를 달리던 엔지니어링 로버를 PROMISE라는 이름으로 달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화성용으로 설계된 원자력 로버가, 대기도 없고 밤이 2주나 이어지는 가혹 조건의 달 남극에 선다면 무엇이 그대로이고 무엇이 뒤집히는가. 그리고 그 답은 결국 110 W라는 숫자를 어떻게 읽느냐로 모인다.
6월 30일 발표에서 PROMISE가 차지한 자리
NASA는 6월 30일 보도자료(RELEASE26-053)에서 달 기지(Moon Base) 과학 탑재체 수송 계약을 발표했다. 아스트로보틱 2건 2억 9,790만 달러, 파이어플라이 1억 4,420만 달러, 인튜이티브 머신스 1억 4,830만 달러로 총 4회 착륙이며, 모두 2028년 말을 목표로 한다. 각 착륙선에는 착륙 분사가 달 먼지를 어떻게 흩뜨리는지 촬영하는 SCALPSS, 레이저 반사경 LRA, 방사선 환경을 재는 선에너지전달 분광계 LETS가 공통으로 실린다.
같은 발표의 “향후 기회” 목록 맨 앞에 PROMISE(Polar Rover for Observation, Mapping, and In-Situ Exploration)가 있었다. NASA는 이를 퍼서비어런스와 큐리오시티 로버 기술을 결합한 엔지니어링 개발 버전으로 소개했고, 목적은 달 표면·지하 특성 파악과 자원 탐사다. 같은 목록에는 전력·항전 기술 실증, 남극 광학 영상기, 달 통신·항법 중계 위성군이 함께 올랐다. 발표 당일 보도들은 이 로버가 태양전지가 아니라 다중임무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MMRTG, Multi-Mission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를 달 것이라고 전했다.
7월 1일 ABC 보도에 따르면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PROMISE를 달에 보내는 방안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발사 시점, 착륙 수단, 비용, 비행 인증 계획은 이 시점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즉 지금 논할 수 있는 것은 확정된 임무가 아니라 “화성 로버 설계를 달로 옮길 때 전력·열 계통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라는 공학적 질문이다.
MMRTG의 숫자: 110 W는 출력이 아니라 잔여물이다
NASA의 MMRTG 제원서에 따르면 이 발전기는 이산화플루토늄 연료 4.8 kg을 담은 범용 열원 모듈(GPHS, General Purpose Heat Source) 8개로 약 2,000 W의 열을 만들고, 발사 시점 기준 약 110 W의 전기를 낸다. 질량은 약 45 kg, 지름(핀 끝 기준) 약 64 cm, 높이 약 66 cm다. 열전소자는 PbTe와 TAGS 계열이며, 설계수명 17년 시점 출력은 약 72 W로 제시된다. 퍼서비어런스 발사 자료는 여기에 약 43 Ah 리튬이온 배터리 2개(합계 26.5 kg)를 붙여 피크 부하를 받아낸다고 설명한다.
이 숫자를 거꾸로 읽으면 흥미롭다. 2,000 W 가운데 전기로 바뀌는 몫은 약 5.5 %이고, 나머지 약 1,890 W는 폐열이다. 전력 설계자에게 MMRTG는 110 W짜리 발전기이지만, 열 설계자에게는 1.9 kW짜리 난로다. 화성에서는 이 난로가 거의 순수한 이점이었다. 대기가 얇게나마 존재해 열의 일부를 대류로 가져가고, 밤의 저온에서 전자장비와 기구부를 데우는 데 폐열을 돌려쓸 수 있었다.
연속 출력이라는 성질도 중요하다. 110 W를 하루 24시간 내면 약 2.64 kWh이고, 17년 차 72 W로 떨어져도 하루 약 1.73 kWh가 보장된다. 태양전지 로버가 일조 조건에 따라 “버는 날과 굶는 날”을 오가는 것과 달리, MMRTG 로버는 매일 같은 월급을 받는다. 대신 월급 액수는 작고, 해마다 몇 퍼센트씩 깎인다.
그림 1. MMRTG 한 기의 열·전기 흐름과 화성·달 남극 환경 비교(개념도). 2,000 W·110 W·72 W·4.8 kg은 NASA 제원서 값, 1,890 W와 5.5 %는 이 값에서 계산한 근사치이며 실제 폐열 배분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화성에서 달로: 환경 변수가 바뀌는 방향
지상 현황(화성 설계의 전제). 퍼서비어런스 계열 설계는 화성 표면의 얇은 대기, 약 0.38 G의 중력, 약 24.7시간 주기의 하루를 전제로 최적화됐다. 열 제어 역시 MMRTG 폐열을 유체 루프로 차체에 돌리는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이 전제가 모두 지구 실험실과 JPL 마스야드에서 검증됐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OPTIMISM은 애초에 비행용이 아니라 지상에서 명령 시퀀스를 미리 돌려 보는 시험대였다.
우주 적용 시 변화(달 남극). 달은 사실상 고진공이다. 대류 경로가 사라지므로 MMRTG 폐열과 전자장비 발열은 오직 복사로만 버려야 한다. 중력은 약 0.165 G로 줄어 바퀴 접지력과 경사 등판 특성이 달라진다. 남극의 영구음영 지역은 보도 기준 섭씨 −200도(약 73 K) 이하로 내려가고, 반대로 저고도 태양빛을 옆으로 받는 능선은 한쪽 면만 가열되는 극단적 온도 구배를 만든다. 즉 같은 1,890 W의 폐열이 음영에서는 생명줄이고 양지에서는 과열 요인이 된다.
연결 원리. 열전발전기의 출력은 고온측과 저온측 온도차에 좌우된다. 저온측(방열핀)이 더 차가운 환경에 놓이면 원리상 전기 출력에 유리하지만, 그만큼 차체 보온에 쓸 수 있는 폐열 여유는 줄어든다. 달에서 PROMISE의 설계 변수는 “전기를 얼마나 쓰느냐”보다 “폐열을 어디에 얼마나 남겨 두느냐”가 된다.
| 항목 | 퍼서비어런스(화성, 운용 실적) | PROMISE(달 남극, 구상) |
|---|---|---|
| 전력원 | MMRTG 1기, 발사 시 약 110 W | MMRTG 탑재 보도, 세부 제원 미확인 |
| 열 출력 | 약 2,000 W(열원) | 동일 계열이면 약 2,000 W |
| 주변 압력 | 수 Torr 수준의 CO2 대기 | 고진공(대류 없음) |
| 중력 | 약 0.38 G | 약 0.165 G |
| 어둠의 길이 | 하루 중 밤(약 12시간 내외) | 중위도 기준 약 354시간, 영구음영은 무기한 |
| 폐열의 역할 | 주로 난방 자원 | 음영에서는 생존 자원, 양지에서는 과열 요인 |
| 기체 이력 | 비행 인증 완료 | 지상 시험용 엔지니어링 모델(비행 인증 여부 미공개) |
표가 말하는 핵심은 전력원이 같아도 “열의 출구”가 바뀐다는 점이다. 화성에서 검증된 열·전력 균형은 대기라는 보조 방열 경로 위에서 성립했고, 달에서는 그 경로가 사라지므로 전력 예산보다 열 예산이 먼저 재설계 대상이 된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PROMISE의 진짜 가치는 110 W의 전기가 아니라 354시간의 어둠을 무시할 수 있게 해 주는 “연속성”이며, 그 연속성의 대가는 전력이 아니라 방열 설계로 치러진다.
Reason. 태양전지 로버는 밤을 버티기 위해 배터리와 생존 히터를 키워야 하고, 이는 곧 질량 증가로 이어진다. MMRTG는 이 순환 고리를 끊는다. 대신 연료와 발전기 자체의 질량, 그리고 고진공에서 1.9 kW 폐열을 복사로만 처리해야 하는 새 고리를 만든다. 결국 전력 문제를 열 문제로 “환전”하는 셈이다.
Example. 단순 비교를 해 보자. 110 W를 중위도 기준 달의 밤 약 354시간 동안 유지하면 약 38.9 kWh가 필요하다. 이를 셀 수준이 아닌 팩 수준 비에너지 150 Wh/kg(가정)의 배터리로만 감당하려면 약 260 kg이 필요하다. MMRTG는 약 45 kg이다. 물론 실제 태양전지 로버는 밤에 110 W 전부가 아니라 생존 히터 전력만 쓰므로 이 비교는 상한선이다. 그래도 “밤에도 과학 관측을 계속한다”는 요구가 붙는 순간 배터리 해법이 질량에서 급격히 불리해진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참고로 퍼서비어런스의 43 Ah 배터리 2개는 버스 전압 28 V를 가정하면 약 2.4 kWh로, 하루치 MMRTG 발전량(2.64 kWh)과 비슷한 크기다.
Point. 따라서 PROMISE를 평가하는 올바른 질문은 “110 W로 충분한가”가 아니라 “1.9 kW의 폐열을 음영과 양지 양쪽에서 어떻게 배분하는가”다. 전력 예산표보다 열 모델의 경계 조건이 임무 성패를 먼저 가를 가능성이 크다.
반론과 제약. Worst-case를 보자. 첫째, 비행 인증을 받지 않은 엔지니어링 모델을 발사 진동과 열진공 환경에 맞춰 재인증하는 과정에서 구조·배선 교체가 광범위해지면 “이미 있는 하드웨어”라는 장점이 크게 줄어든다. 둘째, 영구음영에서 장시간 머물다 양지로 나오는 운용에서는 방열 용량이 과열을 막지 못해 관측 시간을 줄여야 할 수 있다. 셋째, MMRTG 출력은 해마다 감소하므로 임무가 길어질수록 하루 에너지 예산은 줄어든다. 여기에 원자력 발사 안전 검토라는 일정 변수까지 더해진다.
지상 시험과 우주 환경의 괴리. MMRTG의 출력과 방열 성능은 지상 시험에서 대기압 또는 진공 챔버 조건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달 남극의 실제 복사 환경, 즉 수평에 가까운 태양 입사, 주변 지형의 적외선 재복사, 영구음영의 수십 K급 배경은 챔버에서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상에서 측정한 110 W와 방열 여유가 달 표면에서 그대로 성립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화성에서 쌓은 운용 실적 역시 대기가 있는 환경의 실적이라는 점에서 그대로 옮겨 올 수 없다.
경계 조건(BC) 주석. (1) 전력·열 수치는 NASA MMRTG 제원서의 발사 시점 값(전기 110 W, 열 약 2,000 W)과 설계수명 17년 값(약 72 W)을 사용했다. (2) 폐열 1,890 W는 두 값의 차로 구한 근사치이며, 실제로는 배선 손실 등이 포함된다. (3) 달의 밤 354시간은 중위도 기준 값이다. 극지는 지형에 따라 일조·음영 길이가 크게 달라 이 값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4) 배터리 비교의 150 Wh/kg, 버스 전압 28 V는 가정값이다. (5) PROMISE의 MMRTG 제원, 방열 설계, 착륙 수단, 발사 시기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요약 항목 | 내용 |
|---|---|
| 사건 | 2026-06-30 NASA 달 기지 과학 수송 계약 발표와 함께 퍼서비어런스 엔지니어링 로버 기반 PROMISE의 달 남극 투입 검토 공개 |
| 핵심 제원 | MMRTG: 열 약 2,000 W, 전기 약 110 W(발사 시), 17년 차 약 72 W, 질량 약 45 kg, PuO2 4.8 kg |
| 핵심 통찰 | MMRTG는 전력 문제를 열 문제로 바꾼다. 달에서는 110 W보다 1.9 kW 폐열의 배분이 설계를 좌우한다 |
| 숨은 제약 | 고진공에서 복사 방열만 가능, 음영·양지 간 극단적 온도 전이, 비행 미인증 기체의 재인증 |
| 확인 필요 | PROMISE용 MMRTG 확보 여부와 제원, 착륙 수단, 발사 시기, 방열 재설계 범위 |
정리하면 PROMISE는 “원자력 로버를 하나 더 보낸다”는 뉴스이기 전에, 화성에서 검증된 전력·열 균형을 대기 없는 극지로 옮길 때 무엇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본 글은 NASA 보도자료(RELEASE26-053), NASA MMRTG 제원서, NASA JPL 퍼서비어런스 발사 자료, ABC News·iTech Post의 6월 30일~7월 1일 보도를 근거로 작성했다. 가정값은 본문에 명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추정하지 않고 “확인 필요”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