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닿지 않는 곳의 전력 — RTG의 수명은 반감기가 아니라 열전소재가 정한다

어두운 심우주를 항행하는 탐사선과 방열 핀이 달린 원통형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 일러스트

ISSUE 2026 · W33 | 우주 소재·탐사기술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두 기는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성간 공간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제트추진연구소(JPL, Jet Propulsion Laboratory)는 2025년 3월, 두 탐사선이 해마다 약 4 W씩 전력을 잃고 있어 과학 계기를 하나씩 끄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빛이 지구의 수천분의 일로 옅어지는 극한 환경에서 탐사선을 지탱해 온 것은 태양전지가 아니라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다. 연료인 플루토늄-238의 반감기는 약 88년이다. 그런데 반감기가 이렇게 긴데도 왜 출력은 그보다 훨씬 빨리 줄어드는가. 심우주 탐사선의 전력 수명을 실제로 정하는 것은 연료인가, 소재인가.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무너지는 태양전지

태양 조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지구 궤도의 대기권 밖 조도를 1,361 W/m²로 두면, 천문단위(AU, Astronomical Unit) 5.2의 목성에서는 약 3.7%인 50 W/m², 9.5 AU의 토성에서는 약 1.1%인 15 W/m², 평균 39.5 AU 부근의 명왕성에서는 약 0.06%인 0.9 W/m² 수준으로 떨어진다. 같은 셀이라도 토성에서는 지구 대비 약 90분의 1의 전력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거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손실이 더해진다. 저조도·저온(LILT, Low Intensity Low Temperature) 조건에서는 셀 특성이 지상 표준 조건과 달라지고, 목성의 강한 방사선대는 셀 열화를 가속한다. 역제곱 계산값은 상한에 가깝다.

주노가 보여 준 태양전지의 한계선

태양전지로 이 한계에 도전한 대표 사례가 목성 탐사선 주노다. JPL에 따르면 주노는 길이 약 9 m의 태양전지판 3장에 셀 18,698개를 실었고, 지구 거리에서는 약 14 kW를 내지만 목성 궤도에서는 약 500 W에 그친다. 비율로 약 3.6%이며, 역제곱 계산값 3.7%와 대체로 들어맞는다. 주노는 2016년 1월 13일 태양광 탐사선 최장 거리 기록을 세웠다.

주노는 태양전지가 목성까지는 가능하다는 증거이지만, 500 W를 위해 대형 전개 구조물과 그에 따른 자세 제어 부담을 떠안았다. 토성 이원에서는 카시니·뉴호라이즌스처럼 RTG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

태양전지는 거리의 함수, RTG는 시간의 함수(a) 태양 조도 비율 (1 AU = 100%)100%지구 143%화성 1.523.7%목성 5.21.1%토성 9.50.06%명왕성 39.5태양 거리 (AU), 역제곱 법칙 계산값(b) MMRTG 전기 출력 (W)1109672소자 열화 등 약 24 W(손실의 약 64%)실선: NASA 설계 추정 (17년 후 72 W)점선: Pu-238 붕괴만 반영 (약 96 W)0 → 17년 (연료 장전 후 저장 3년 포함)곡선 형태는 개념도, 양 끝점만 공개값·계산값

그림 1. (a) 태양 거리별 조도 비율(역제곱 계산값). (b) 다중임무 RTG(MMRTG)의 공개 BOL(Beginning of Life, 임무 초기) 110 W와 17년 설계 수명 말 추정 72 W, 그리고 연료 붕괴만 반영한 계산값 약 96 W의 비교. 곡선의 모양은 개념도다.

RTG의 구조 — 열원, 클래딩, 열전소자

RTG는 원자로와 달리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산화플루토늄(²³⁸PuO₂) 세라믹 펠릿이 알파 붕괴하며 내는 열을 열전소자의 고온부에 공급하고, 저온부는 방열 핀을 통해 우주로 열을 버린다. 두 접합부의 온도차에 비례해 전압이 생기는 제베크 효과가 변환 원리이며, 움직이는 부품이 없다.

NASA의 MMRTG(Multi-Mission RTG) 공개 자료를 보면 소재 구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연료는 이산화플루토늄 약 4.8 kg이고, 범용 열원(GPHS, General Purpose Heat Source) 모듈 8개에 나뉘어 들어간다. 각 연료 펠릿은 이리듐 금속 클래딩으로 싸이고, 그 바깥을 흑연 에어로셸이 감싸 발사 사고나 재진입 시 연료 비산을 막는다. 열전소자는 텔루르화납(PbTe)과 TAGS(텔루르화게르마늄-안티몬-은 계열) 조합의 열전쌍 768개다. 열출력은 약 2,000 W, 전기 출력은 BOL(Beginning of Life, 수명 초기) 110 W로, 시스템 효율은 약 6%다. 전체 질량은 약 45 kg이다.

효율 6%가 낮아 보이지만 이는 소재의 한계다. JPL의 RPS 참고서(2015)는 MMRTG 고온 접합부를 약 500°C, 저온 접합부를 외부 환경에 따라 100~200°C로 기술한다. 이를 773 K와 423 K로 두면 카르노 효율은 약 45%인데, 실제 열전소재의 성능지수가 낮아 그 일부만 전기로 나온다. 나머지 약 1,900 W는 폐열이지만, 심우주에서는 탐사선 보온에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구분태양전지 어레이RTG(MMRTG 기준)
에너지원태양광(거리 역제곱 감소)Pu-238 붕괴열(반감기 약 88년)
변환 원리광전효과제베크 효과(PbTe/TAGS 열전쌍 768개)
출력을 정하는 변수태양 거리, 입사각, 방사선 열화, LILT연료 붕괴, 열전소자 열화, 저온부 온도
대표 수치주노: 지구 약 14 kW → 목성 약 500 WBOL 110 W → 17년 후 약 72 W(설계 추정)
핵심 소재 위험셀 결함 누적, 커버글라스 암화열전소재 승화, 이리듐 클래딩 건전성
일식·그늘 영향출력 0, 배터리 필요무관(연속 출력)

표가 말하는 핵심은 두 발전원이 서로 다른 축에서 늙는다는 점이다. 태양전지는 태양에서 멀어지는 거리만큼 출력을 잃고, RTG는 흐르는 시간만큼 출력을 잃는다. 따라서 선택 기준은 “어느 쪽이 더 강한가”가 아니라 “임무가 거리와 시간 중 어느 축으로 더 멀리 가는가”다.

반감기보다 빨리 늙는 발전기

Pu-238의 반감기를 87.7년으로 두면 연료 붕괴에 따른 열출력 감소는 연 약 0.79%다. 전기 출력이 열출력에 비례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110 W로 시작한 MMRTG는 17년 뒤 약 96 W가 남아야 한다. 그런데 NASA 팩트시트의 17년 설계 수명 말 추정 출력은 72 W로, 연평균 약 2.5%씩 줄어드는 셈이다.

차이 약 24 W, 즉 전체 손실 38 W의 약 64%는 연료가 아니라 변환 계통에서 나온다. JPL 참고서는 열전소재의 승화와 합금의 열전도도 변화를 열화 요인으로 들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아르곤·헬륨 혼합 불활성 충전 가스를 쓴다고 설명한다. 온도차가 줄면 효율도 떨어지는 비선형성도 겹친다.

지상 현황. 지상의 열전 발전은 폐열 회수용으로 쓰이며, 저온부를 공기나 냉각수로 식히는 대류 냉각을 전제로 한다. 성능이 떨어지면 모듈을 교체하면 된다.

우주 적용 시 변화. 심우주 순항 중에는 10⁻⁶ Torr 이하 수준의 고진공에서 대류가 없어 저온부 열은 오직 방열 핀의 복사로만 빠진다. 복사 방열량은 온도의 4제곱에 비례하므로 핀 온도가 저온 접합부 온도를, 곧 출력을 결정한다. 수리는 불가능하고, 승화 억제는 밀봉된 충전 가스에 달려 있다.

연결 원리. 어느 환경이든 열전 발전의 출력은 고온부와 저온부의 온도차, 그리고 그 온도차를 수십 년 견디는 소재의 안정성으로 결정된다. 우주에서는 저온부를 복사가, 소재 수명을 진공과 밀봉이 좌우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RTG 설계는 결국 열해석 문제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심우주 탐사선의 전력 수명은 연료의 반감기가 아니라 열전소자의 열화 속도가 먼저 정한다. RTG를 “88년짜리 배터리”로 보는 시각은 전력 예산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Reason. MMRTG의 공개 수치로 분해하면 17년 동안의 출력 손실 가운데 연료 붕괴 몫은 약 36%이고, 나머지 약 64%는 소재 열화와 온도차 감소 같은 변환 계통 몫이다. 보이저가 매년 약 4 W를 잃으며 계기를 끄는 운영 역시, 탐사선의 과학 수명이 발전기 소재의 수명과 거의 같은 뜻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Example. 110 W를 토성 거리에서 태양전지로 얻는다고 해 보자. 셀 효율 28%, 패킹 계수 0.85를 가정하면 면적당 출력은 약 3.6 W/m²이고, 필요한 어레이 면적은 약 31 m²다. 목성 거리에서는 약 9 m²로 줄어든다. 어레이 면적 밀도를 2 kg/m²로 가정하면 필요 질량은 태양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약 0.68 × d² kg이 되고, 약 45 kg인 MMRTG와 질량이 같아지는 지점은 약 8 AU, 즉 토성 궤도 조금 안쪽이다. 이 교차점은 LILT 손실, 배터리 질량, RTG의 폐열 활용을 넣지 않은 1차 계산이다.

Point. 따라서 RTG의 가치는 “태양이 없는 곳에서 전기를 준다”에 그치지 않는다. 약 2,000 W의 열원이 전력 계통과 열 계통을 동시에 떠받친다는 점이 진짜 가치이며, 그 가치의 유효 기간은 PbTe/TAGS 같은 소재가 고온 진공에서 얼마나 버티느냐로 정해진다.

반론과 제약. RTG가 만능은 아니다. 비출력은 BOL 약 2.8 W/kg(팩트시트 표기)으로 낮아 수백 W 이상이 필요한 임무에는 여러 대를 겹쳐 실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소재 열화가 예측보다 빠르면 수명 말 출력 부족을 계기 전원 차단으로 메울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과학 수명 단축이다. 반대로 태양전지로 대체하려 하면 소재 열화 여유 부족 → BOL 어레이 면적 증가 → 전개 구조물·자세 제어 부담 증가 → 질량 증가 → 발사체 등급 상향과 발사 비용 증가라는 순환이 생긴다. 여기에 원격 우주의 저온에서 계기를 지키기 위한 히터 전력까지 전기로 내야 하므로, 단열이 부실하면 히터 전력이 늘고 어레이는 다시 커진다. 발사 안전성 검토와 연료 확보도 임무의 제약 조건이다.

지상 시험과 우주 환경의 괴리. 열전소자의 수명 시험은 지상 진공 챔버에서 가속 조건으로 수행되지만, 수십 년에 걸친 실제 승화와 확산 과정을 짧은 시험으로 완전히 재현할 수는 없다. 대류가 섞인 지상 측정 출력은 고진공 복사 방열 조건의 출력과 다르다. 따라서 지상 시험의 열화율을 비행 중 열화율로 확언할 수 없고, 비행 데이터로 모델을 계속 갱신해야 한다.

경계 조건(BC) 주석. (1) 태양 조도는 1 AU에서 1,361 W/m², 수직 입사, 역제곱 감쇠만 적용했으며 LILT·방사선·온도 효과는 넣지 않았다. (2) 셀 효율 28%, 패킹 계수 0.85, 어레이 면적 밀도 2 kg/m²는 설명용 가정값이다. (3) 연료 붕괴 계산은 반감기 87.7년, 전기 출력이 열출력에 선형 비례한다는 1차 근사를 가정했다. 실제로는 온도차 감소로 전기 출력이 더 빨리 준다. (4) MMRTG 제원(110 W, 72 W, 4.8 kg, 약 2,000 W 열출력, 약 45 kg, 열전쌍 768개)은 NASA 팩트시트 값이며 17년에는 연료 장전 후 저장 3년이 포함된다. (5) 접합부 온도 약 500°C·100~200°C는 JPL 참고서의 개략값이며 켈빈 환산은 773 K·423 K로 두었다. (6) 진공도 10⁻⁶ Torr 이하는 심우주 순항의 대표적 범위다.

요약 항목내용
사건2025-03 NASA JPL, 연 약 4 W씩 출력이 줄어드는 보이저 1·2호의 과학 계기 추가 차단 발표
핵심 제원MMRTG: Pu-238 연료 약 4.8 kg, GPHS 8개, PbTe/TAGS 열전쌍 768개, BOL 110 W, 효율 약 6%, 17년 후 약 72 W
핵심 통찰RTG 출력 손실의 약 64%는 연료가 아니라 열전소자 계통에서 나온다 — 심우주 전력 수명은 반감기가 아닌 소재가 정한다
숨은 제약낮은 비출력(약 2.8 W/kg), 복사 방열에 좌우되는 저온부 온도, 연료 확보와 발사 안전성 검토
확인 필요MMRTG의 비행 중 실측 연간 열화율, 주노 어레이의 LILT 손실 분해, 차세대 열전소재의 비행 적용 일정

정리하면, 태양이 닿지 않는 곳에서 탐사선을 움직이는 것은 플루토늄의 열이지만, 그 열을 몇 년 동안 전기로 바꿔 줄 수 있는지는 고온 진공에서 버티는 열전소재가 결정한다.

본 글은 NASA MMRTG 팩트시트(2020년 5월 개정판), NASA 방사성동위원소 전력계(RPS) 개요 및 Pu-238 소개 페이지, JPL Publication 15-6 방사성동위원소 전력계 참고서(2015), NASA JPL 보도자료(2016-01-13 주노 태양광 거리 기록, 2025-03-05 보이저 계기 차단)를 근거로 작성했다. 면적·질량 교차점 계산의 셀 효율, 패킹 계수, 면적 밀도는 가정값이며,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추정하지 않고 “확인 필요”로 남겼다. RTG의 발사·재진입 안전성은 본 글의 범위 밖이다.

1차 출처: NASA, Multi-Mission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MMRTG) fact sheet, 2020-05 (updated) · NASA Science, RPS Technology Overview · NASA Science, About Plutonium-238 · NASA JPL, JPL Publication 15-6 Radioisotope Power Systems Reference Book, 2015 · NASA JPL, NASA's Juno Spacecraft Breaks Solar Power Distance Record, 2016-01-13 · NASA JPL, NASA Turns Off 2 Voyager Science Instruments to Extend Mission, 2025-03-05 · NASA/LPI OPAG 2015 poster, MMRTG (배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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