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 2026 · W29 | 발사체 & 뉴스페이스
재사용 발사체 경쟁은 이제 “누가 먼저 착륙하는가”를 지나 “누가 더 자주, 더 적은 정비로 다시 띄우는가”로 옮겨 가고 있다. 2026년 7월 11일 새벽, 일본 아키타현 노시로의 시험장에서 높이 7.3 m짜리 작은 기체가 약 11 m 떠올라 옆으로 16 m를 옮겨 간 뒤 네 다리로 내려앉았다. JAXA의 재사용 실험기 RV-X다. 숫자만 보면 소박하다. 그러나 이 기체는 영하 250 °C 아래의 액체수소를 태우며 추력을 절반 아래까지 깊게 줄여야 하는 가혹 조건을 통과해야 했고, 넉 달 전에는 이륙 직전 케이블 하나를 떼어 내지 못해 멈춰 섰다. 이 40초 동안 실제로 시험된 것은 무엇이었을까.
40초, 11 m, 그리고 넉 달의 공백
JAXA 연구개발부문 공개 자료와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RV-X는 2026년 7월 11일 06시 14분 55초(일본 표준시)에 노시로 로켓시험장에서 수직으로 이륙했다. 최고 고도는 약 11 m, 비행 시간은 약 40초였고, 자세를 수직으로 유지한 채 수평으로 약 16 m 이동한 뒤 착지했다. 사전 계획은 고도 약 10 m, 수평 이동 약 15 m였으므로 계획과 거의 일치한 비행이다.
기체는 높이 약 7.3 m, 직경 약 1.8 m이며 충격을 흡수하는 착륙다리 네 개를 갖췄다. 추진제는 액체산소와 액체수소다. JAXA는 이번 시험의 목적을 재사용 로켓 실현을 위한 요소 기술 검증과 비행 환경에서의 계통 건전성 확인으로 설명했고, 착륙 기술, 착륙 후 운용, 비행이 기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확인 항목으로 들었다.
이 비행에는 앞선 공백이 있다. 2026년 3월 첫 시도는 이륙 전 중단됐다. 보도에 따르면 원인은 기체에서 케이블을 떼어 내는 급속 분리 장치(QD, Quick Disconnect)의 이상이었고, 설비 수리와 소프트웨어 개선에 약 3.5개월이 걸렸다. 엔진이 아니라 지상과 기체를 잇는 연결부가 일정을 붙잡은 셈이다.
수소 익스팬더 엔진을 깊게 조절한다는 것
RV-X의 엔진은 H3 1단 엔진 LE-9와 같은 계열의 익스팬더 블리드 사이클을 쓴다고 보도됐다. 익스팬더 사이클은 별도의 가스 발생기를 태우지 않는다. 연소실 벽을 흐르며 냉각을 맡은 액체수소가 열을 받아 기체로 팽창하고, 그 팽창한 수소가 터빈을 돌려 펌프를 구동한다. 블리드 방식은 터빈을 지난 수소 일부를 주 연소실로 보내지 않고 밖으로 배출해 구조를 단순하게 만든다.
RV-X의 핵심 기술로 소개된 것은 펌프식 엔진의 딥 스로틀링, 즉 추력을 약 40~100% 범위에서 연속 조절하는 능력이다. 수직 착륙에서는 기체 질량이 추진제 소모로 가벼워지는 마지막 구간에 추력을 크게 낮춰야 한다. 추력 대 중량비를 1 근처로 맞추지 못하면 호버링도, 부드러운 착지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엔진 재사용 지표도 눈에 띈다. JAXA 자료는 이번 비행까지 엔진 누적 연소가 약 166회에 이르렀다고 밝혔고, 일부 보도는 비행 전 지상 연소가 165회였다고 전했다. 선행 연구 단계에서 100회 이상 재사용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였다는 설명도 있다. 다만 누적 연소 횟수 집계 기준(지상 연소 포함 여부)은 매체마다 표현이 달라 정확한 정의는 확인이 필요하다.
그림 1. RV-X 1차 비행(2026-07-11, 노시로)의 비행 단계와 두 개의 에너지 전환점(개념도). 수치는 JAXA 및 일본 매체 공개값이며, 단계별 전력·열유속 값은 공개되지 않았다.
| 항목 | RV-X (2026 1차 비행) | RVT (1990년대 말~2007) | H3 1단 엔진 LE-9 (참고) |
|---|---|---|---|
| 목적 | 재사용 1단 착륙·운용 기술 선행 실증 | 재사용 관측로켓 기술 연구 | 소모형 기간 발사체 추진 |
| 추진제 | 액체수소/액체산소 | 액체수소/액체산소 | 액체수소/액체산소 |
| 엔진 사이클 | 익스팬더 블리드(LE-9와 같은 계열) | 공개 자료 확인 필요 | 익스팬더 블리드 |
| 추력 조절 | 약 40~100% 연속 조절 | 공개 자료 확인 필요 | 공개 자료 확인 필요(본문 미사용) |
| 비행 고도 | 약 11 m, 약 40초 | 최대 약 40 m, 착륙 시험 8회 | 해당 없음 |
| 재사용 지표 | 엔진 누적 연소 약 166회 | 공개 자료 확인 필요 | 해당 없음(소모형) |
표가 보여 주는 것은 RV-X의 “새로움”이 고도나 속도가 아니라 수소 익스팬더 계열 엔진을 수백 회 켜고 끄며 깊게 조절하는 운용 경험에 있다는 점이다. 같은 추진제·같은 사이클 계열을 쓰는 기간 발사체 엔진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실험기의 가치이며, 동시에 저추력 구간에서의 에너지 여유라는 공통 약점도 함께 물려받는다.
지상 수직이착륙 실험에서 궤도급 재사용으로
지상 현황부터 보자. 수직이착륙 실험기는 대개 1기압, 상온의 시험장에서 수십 m 이하를 오르내린다. 추진제 공급 설비와 지상 전원이 이륙 직전까지 연결돼 있고, 착륙 지점은 평탄하게 정비돼 있다. RV-X의 1차 비행도 이 조건에서 이루어졌다.
궤도급 1단으로 옮기면 조건이 바뀐다. 재사용 1단은 마하 수 이상의 속도로 대기에 재진입하며 공력 가열과 진동을 겪고, 착륙 연소에 들어갈 때 탱크 안 추진제는 얼마 남지 않는다. 엔진은 고공의 낮은 대기압에서 재점화된 뒤 다시 해면 근처까지 내려와야 한다. 게다가 JAXA와 CNES, DLR이 함께 추진하는 CALLISTO는 더 높은 고도와 초음속 영역을 목표로 하고 있어, RV-X가 확인한 저고도·저속 운용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두 환경을 잇는 원리는 “반복 운용 절차”다. JAXA가 이번 비행에서 정비·운용·기체 이동·발사대 준비 절차를 확인했다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사용의 경제성은 엔진이 몇 번 켜지느냐보다, 켜기 전후에 지상에서 얼마나 적은 작업으로 다음 비행을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RV-X 1차 비행이 드러낸 재사용의 병목은 추진제의 양이 아니라 두 개의 에너지 전환점이다. 하나는 지상 전력에서 기내 전력으로 넘어가는 순간, 다른 하나는 착륙 저추력 구간에서 연소실 열을 터빈 축동력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Reason. 이륙 직전까지 기체의 항전장비, 밸브 구동기, 센서는 지상 전원과 데이터선에 기대어 있다. QD가 분리되는 순간부터는 탑재 배터리와 기내 배전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3월 시도가 바로 이 전환점에서 멈췄다. 한편 익스팬더 사이클의 터빈은 연소실 벽에서 수소가 흡수한 열로만 돈다. 추력을 낮추면 연소실 압력과 벽면 열유속이 함께 줄어 터빈으로 들어가는 에너지도 줄어든다. 따라서 착륙 직전의 저추력 구간은 펌프를 돌릴 에너지 여유가 가장 작은 구간이 된다.
Example. 추력 40% 운전을 떠올려 보자. 가스 발생기 사이클은 가스 발생기의 연소량을 조절해 터빈 동력을 비교적 독립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익스팬더 계열은 터빈 동력이 연소실 열유속에 묶여 있어, 스로틀 하한은 “연소 안정”뿐 아니라 “터빈이 펌프를 돌릴 만큼의 열을 받느냐”로도 결정된다. RV-X가 40~100%를 연속 조절했다는 것은 이 열·동력 균형을 저추력 쪽까지 끌고 내려왔다는 뜻이다. 다만 스로틀 하한에서의 터빈 입구 온도나 열유속 값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Point. 그래서 RV-X의 40초를 “짧은 점프”로만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이 비행은 전력(지상→기내)과 열(연소실→터빈)이 넘겨지는 두 지점을 실제 비행 조건에서 통과한 기록이다. 재사용 1단의 설계 마진은 결국 이 두 전환점에 걸린다.
반론과 제약.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액체수소는 약 20 K에서 보관해야 하므로 발사대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발로 추진제가 줄고, 착륙 연소에 쓸 몫이 가장 먼저 깎인다. Worst-case로 QD 분리 후 이륙이 지연되면 기내 배터리가 지상 충전 없이 대기 부하를 떠안게 되며, 이는 “배터리 용량 증가 → 기체 질량 증가 → 착륙 시 요구 추력 증가”의 순환으로 돌아온다. 또한 재진입을 겪은 엔진은 지상 연소만 반복한 엔진보다 열 피로가 크므로, 누적 166회라는 수치를 궤도급 재사용 횟수로 옮겨 읽어서는 안 된다.
지상 시험과 우주 환경의 괴리. 노시로의 비행은 1기압, 상온, 저속, 저고도 조건이다. 궤도급 1단의 착륙 연소는 재진입 가열을 막 벗어난 엔진이 낮은 대기압에서 재점화된 뒤 진행되며, 탱크 안 추진제의 열성층과 기체 진동 환경도 전혀 다르다. 지상 수직이착륙에서 확인한 스로틀 범위와 착지 정확도를 궤도급 회수 성능으로 확언할 수 없는 이유다.
경계 조건(BC) 주석. (1) 비행 수치(고도 약 11 m, 약 40초, 수평 약 16 m, 높이 약 7.3 m, 직경 약 1.8 m)는 JAXA 연구개발부문 공개 자료와 일본 매체 보도값이다. (2) 추력 조절 범위 40~100%와 익스팬더 블리드 사이클은 보도 기준이며, JAXA 1차 기술 문서로 정격 추력·질량은 확인하지 못했다. (3) 저추력 구간의 터빈 동력 논의는 익스팬더 사이클의 일반 원리에 근거한 정성 분석으로, RV-X의 실제 열유속·터빈 입구 온도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았다. (4) 누적 연소 횟수는 자료마다 165·166회로 표기가 달라 집계 기준은 확인이 필요하다. (5) 액체수소 보관 온도 약 20 K는 수소의 1기압 끓는점에 근거한 일반값이다.
| 요약 항목 | 내용 |
|---|---|
| 사건 | 2026-07-11 06:14:55(JST) JAXA RV-X 노시로 로켓시험장 첫 비행, 고도 약 11 m, 약 40초, 수평 이동 약 16 m 후 착지 |
| 핵심 제원 | 높이 약 7.3 m, 직경 약 1.8 m, 착륙다리 4개, LH2/LOX 익스팬더 블리드 엔진 1기, 추력 약 40~100% 조절, 엔진 누적 연소 약 166회 |
| 핵심 통찰 | 재사용 착륙의 병목은 추진제 양보다 두 개의 에너지 전환점 — 지상 전력에서 기내 전력으로의 전환(QD), 저추력 구간의 열→터빈 축동력 변환 여유 |
| 숨은 제약 | 액체수소 약 20 K 보관에 따른 증발, 저추력 시 연소실 열유속 감소로 터빈 구동 여유 축소 |
| 확인 필요 | 기체 질량, 엔진 정격 추력, 탑재 배터리·구동기 방식, 스로틀 하한에서의 터빈 입구 온도 |
정리하면 RV-X의 40초는 “얼마나 높이 올랐는가”보다 “전력과 열이 어디서 넘겨지는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본 글은 JAXA 연구개발부문과 일본 매체(sorae, SPACE CONNECT, Impress Watch) 및 Space.com의 공개 자료를 근거로 작성했다. 가정값은 본문에 명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추정하지 않고 “확인 필요”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