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 2026 · W30 | 우주 전력·에너지 시스템
궤도 위 로봇 경쟁은 이제 우주정거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람 대신 점검하고 물건을 나르고 설비를 손보는 자율 로봇이 모듈 안을 떠다니는 장면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2026년 7월 15일, 배터리 업체 KULR Technology Group은 뉴욕의 로봇 스타트업 Icarus Robotics가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으로 보낼 자유비행 로봇 JOY의 배터리 공급사로 자신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로봇이 날아다닐 곳은 진공이 아니라 사람이 숨 쉬는 가압 모듈이다. 극한 환경이라면 보통 진공과 방사선을 떠올리지만, 승무원 바로 곁이라는 조건은 배터리 설계를 어떤 방향으로 뒤집을까.
JOY와 KULR ONE Space, 발표에 담긴 것
발표에 따르면 KULR은 자사의 KULR ONE Space(K1S) 배터리 시스템을 공급해 JOY의 자율 항법, 기동, 운용을 위한 탑재 시스템에 전력을 댄다. JOY는 일상 업무 보조와 설비 유지보수를 맡는 범용 자율 자유비행 로봇으로, JOYRIDE-1 임무로 2027년 초 비행을 목표로 한다. Icarus는 2024년에 설립된 뉴욕 기반 기업이다.
K1S는 KULR의 경량 REACH 배터리 구조를 바탕으로 하며, 셀은 초기 로트 평가(ILA, Initial Lot Assessment), 로트 수락 시험(LAT, Lot Acceptance Testing), NASA WI-37A 셀 선별 절차를 거친 것을 쓴다고 밝혔다. 회사는 K1S가 NASA 안전 기준에 맞춰 설계됐고 아르테미스 II 유인 달 임무에서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생산과 인증 시험은 텍사스 웹스터 시설에서 맡는다.
반면 전력계 핵심 제원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셀 화학 조성, 팩 용량(Wh), 전압, 셀 개수, JOY의 질량과 추진 방식, 충전 방식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글의 수치 분석이 모두 “가정”으로 표기되는 이유다.
가압 모듈이라는 낯선 극한 환경
ISS 모듈 안은 약 1기압(101 kPa)의 공기로 채워져 있다. 우주 전력 시스템을 논할 때 1기압을 전제하는 것은 보통 금기지만, 이 경우에는 그것이 실제 경계 조건이다. 다만 지상과 같은 1기압이 아니다. 미소중력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부력 대류가 생기지 않는다. 셀에서 나온 열은 팬이 만든 강제 유동이나 구조물 전도로만 빠져나간다. 로봇이 스스로 공기를 불어 주지 않으면 셀 주변 공기는 제자리에서 데워진다.
더 결정적인 차이는 고장의 결과다. 진공 속 위성에서 셀 하나가 열폭주하면 최악의 경우 위성 하나를 잃는다. 가압 모듈에서는 열폭주가 연기와 가연성·독성 전해질 증기를 승무원이 숨 쉬는 공기 속으로 내보낸다. 탈출할 곳도 창문을 열 곳도 없다. NASA가 유인 우주선 배터리에 대해 JSC 20793(유인 우주선 배터리 안전 요건)이라는 별도 기준을 두고, 셀 선별과 로트 시험을 겹겹이 요구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림 1. 가압 모듈 안 자유비행 로봇의 전력·열·안전 경계 개념도. 셀 선별 절차와 제품명은 KULR 발표 기준이며, 부하·운용 시간·비에너지 값은 설명용 가정값이다.
| 구분 | 궤도 위성 외부 배터리 | 가압 모듈 내 자유비행 로봇 배터리 | 지상 로봇 배터리 |
|---|---|---|---|
| 주변 압력 | 진공(10⁻⁶ Torr 수준 이하) | 약 1기압(101 kPa) | 약 1기압 |
| 열 배출 경로 | 전도 후 복사 | 강제 유동·전도(부력 대류 없음) | 자연·강제 대류 |
| 열폭주 시 1차 피해 | 위성 기능 상실 | 거주 공기 오염·화재 위험 | 국소 화재 |
| 설계 지배 변수 | 사이클 수명·EOL 용량 | 고장 전파 억제·가스 관리 | 비용·에너지 밀도 |
| 충전원 | 자체 태양전지판 | 정거장 전력망(도킹 충전 추정) | 상용 전원 |
| JOY 공개 여부 | — | 셀 선별 절차만 공개, 용량·화학 미공개 | — |
같은 리튬 배터리라도 놓이는 자리에 따라 설계를 지배하는 변수가 바뀐다. 진공 속 위성에서는 수명과 용량이, 지상에서는 비용과 밀도가 앞서지만, 가압 모듈 안에서는 고장 하나가 얼마나 번지느냐가 모든 것에 앞선다. JOY의 경우 그 기준을 충족하는 절차는 공개됐지만 그 대가로 치른 용량과 질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상 로봇의 배터리와 궤도 로봇의 배터리
지상 현황. 지상의 이동 로봇과 드론은 에너지 밀도가 곧 경쟁력이다.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더 멀리 가는 것이 목표이고, 고장 시에는 사람이 멀리 떨어지면 된다. 열은 공기 대류가 알아서 가져간다.
우주 적용 시 변화. 정거장 안 로봇은 같은 1기압 공기 속에 있지만, 부력 대류가 없고 사람이 피할 곳이 없다. 따라서 셀 사이 간격을 벌리고 열 차단재를 넣어 한 셀의 폭주가 옆 셀로 번지지 않게 만드는 설계가 우선된다. 이런 전파 차단 구조는 셀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팩 수준에서 깎아 먹는다.
연결 원리. 지상에서 배터리 성능의 단위가 Wh/kg였다면, 유인 모듈에서는 “고장 1건이 방출하는 에너지를 얼마나 가둘 수 있는가”가 실질적인 성능 단위가 된다. 에너지 밀도는 그 조건을 만족한 뒤에 남는 값이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가압 모듈 안에서 배터리의 경계 조건은 진공이 아니라 승무원이다. 이 조건에서는 “얼마나 많이 저장하느냐”보다 “얼마나 잘 가두느냐”가 전력 예산을 결정하고, 그 차이만큼 로봇의 작업 시간이 줄어든다.
Reason. 셀 선별(ILA·LAT·WI-37A)은 결함 셀이 팩에 들어갈 확률을 낮추고, 전파 차단 구조는 그래도 들어간 결함이 번지지 않게 한다. 두 겹의 방어 모두 질량과 부피를 쓴다. 게다가 AI 연산을 탑재한 자율 로봇은 항법·인식 계산이 상시 부하로 붙는다. 저장 에너지는 안전 때문에 줄고 소비 전력은 지능 때문에 느는, 양쪽에서 조이는 구조다.
Example. 평균 부하 60 W로 2시간 작업하는 로봇을 가정하면 필요 에너지는 120 Wh, 여유 30%를 더하면 약 156 Wh다. 팩 수준 비에너지를 160 Wh/kg로 가정하면 팩은 약 1.0 kg이고, 셀 수준 값인 250 Wh/kg을 그대로 쓸 수 있었다면 약 0.62 kg이다. 차이 약 0.35 kg이 안전의 값이다. 같은 질량을 유지한다면 작업 시간이 약 36% 줄어드는 셈이다. 또 부력 대류가 없으니 냉각 팬이 필요하고, 그 팬 전력도 같은 배터리에서 나간다.
Point. 그래서 JOY 같은 정거장 로봇의 실제 경쟁력은 배터리 용량 숫자보다 “작업 1건당 소비 에너지”와 “충전 1회당 작업 수”에서 갈린다. KULR CEO가 “궤도의 자율 시스템은 자기 지능과 자기 에너지를 함께 지니고 다녀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균형을 정확히 가리킨다.
반론과 제약. 정거장 안이라면 언제든 도킹해 충전할 수 있으니 배터리 용량은 부차적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Worst-case는 충전 인프라가 아니라 로봇이 작업 중 고립되는 상황이다. 좁은 틈에서 통신이 끊기거나 기동 중 부하가 몰리면, 남은 에너지로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충전 전력 자체도 정거장 태양전지판이 만든 한정된 전력에서 나오므로, 로봇 대수가 늘면 정거장 전력 예산의 한 줄을 차지하게 된다.
지상 시험과 우주 환경의 괴리. 셀 선별과 열폭주 전파 시험은 지상 중력 아래에서 수행된다. 지상에서는 부력 대류가 열과 가스를 위로 끌어올리지만, 궤도에서는 가스가 셀 주변에 머물 수 있고 화염의 거동도 다르다. “NASA 안전 기준 충족”과 “아르테미스 II 검증”이라는 표현은 해당 조건에서의 결과이며, JOY의 운용 조건에서 같은 결과를 보장한다고 확언할 수 없다.
경계 조건(BC) 주석. (1) 평균 부하 60 W, 작업 2시간, 여유 30%, 팩 비에너지 160 Wh/kg, 셀 비에너지 250 Wh/kg는 설명용 가정값이며 JOY나 K1S의 제원이 아니다. (2) 가압 모듈 압력 약 101 kPa, 미소중력으로 부력 대류는 0으로 보았다. (3) JOY의 추진 방식과 충전 방식은 미공개이며, 표의 도킹 충전은 추정으로 표기했다. (4) K1S의 셀 화학·용량·전압·셀 수는 확인하지 못했다.
| 요약 항목 | 내용 |
|---|---|
| 사건 | 2026-07-15 KULR, Icarus Robotics의 ISS 자유비행 로봇 JOY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 발표 |
| 핵심 제원 | KULR ONE Space(REACH 구조), ILA·LAT·NASA WI-37A 셀 선별, JOYRIDE-1 2027년 초 비행 목표 |
| 핵심 통찰 | 가압 모듈의 경계 조건은 승무원 — 배터리 성능 단위가 Wh/kg에서 고장 에너지 봉쇄로 바뀐다 |
| 숨은 제약 | 부력 대류 부재로 냉각 팬 전력 필요, AI 연산 상시 부하 |
| 확인 필요 | 셀 화학·팩 용량·전압, JOY 질량·추진·충전 방식, 비행 수단 |
정리하면 JOY의 배터리는 “더 많이 담는” 경쟁이 아니라 “사람 곁에서 안전하게 비우는” 경쟁의 첫 사례이며, 그 비용은 로봇의 작업 시간으로 청구된다.
본 글은 KULR Technology Group의 2026년 7월 15일 발표문과 SpaceNews 보도를 근거로 작성했다. 가정값은 본문에 명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추정하지 않고 “확인 필요”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