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남극의 영구음영지역(PSR) 크레이터 바닥에는 얼음이 있다. 그런데 그 바닥에는 결정적으로 햇빛이 없다. 태양전지판도, RTG도 모두 제자리에서만 유효한 전력원이라면, 크레이터 벽 위 양지에서 만든 전기를 그림자 속 로버까지 어떻게 옮길 것인가. 2025년 8월 설계검토(CDR)를 마치고 2026년 비행모델 제작에 들어간 애스트로보틱의 ‘루나그리드-라이트(LunaGrid-Lite)’는 이 질문에 무선 송전이 아니라 지극히 고전적인 답 — 전선을 깔자 — 을 내놓는다. 다만 그 전선이 1킬로미터짜리 고전압 케이블이라는 점이 다르다.
전력을 “만드는” 임무가 아니라 “보내는” 임무
이 프로젝트가 이 사이트에서 다뤄온 SBSP(우주기반 태양광발전)나 스타캐처류의 광학 전력빔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저것들은 발전 자체를 궤도나 원거리에서 하는 방식이고, 루나그리드-라이트는 발전은 이미 태양이 드는 착륙선 위치에서 재래식으로 하되, 그 전기를 물리적 케이블을 통해 그림자 속 목적지까지 나르는 ‘배전(distribution)’ 문제에 집중한다. NASA 팁핑포인트 프로그램에서 3,460만 달러를 지원받은 이 데모 임무는, 달 착륙선과 6U 규격의 큐브로버 사이에 1km 길이 케이블을 풀어내며 최대 1kW급 고전압 전력을 전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달 표면 사상 최초의 테더형 고전압 송전 실증이다.

2025년 설계검토, 2026년 비행모델
2025년 8월 완료된 최종설계검토(CDR)에서 팀은 설계·계획 단계를 마무리하고 비행 자격을 갖춘 하드웨어 제작 단계로 넘어갔다. 핵심 부품은 NASA 글렌 연구센터와 공동 개발한 고전압 전력변환기로, 저질량·고신뢰성·열안정성이라는 상충하는 설계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만들어졌다. 여기에 케이블 자체, 그리고 1km 길이의 케이블을 감았다가 풀어내는 수납·전개 메커니즘까지 세 가지가 이번 데모가 넘어야 할 ‘갭 기술(gap technology)’로 지목됐다. 애스트로보틱은 이 시스템을 2020년대 말까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CLPS(상업용 달 payload 서비스), 국제 우주기관과 민간 사업자에 제공하는 상용 서비스로 키운다는 목표를 밝혔다.
| 구분 | 무선 전력빔(광학/RF) | 테더형 송전(루나그리드-라이트) |
|---|---|---|
| 전송 매질 | 레이저·마이크로파(자유공간) | 물리적 케이블 |
| 전송 손실 요인 | 포인팅 오차, 대기·먼지 산란, 발산손실 | 도체 저항손실(줄열), 케이블 질량 |
| 정렬·추적 요구 | 송수신 정밀 추적 필요 | 불필요(고정 배선) |
| 확장성 | 다수 수신처에 유연하게 대응 | 케이블 길이만큼 물리적 제약 |
이 비교가 보여주는 시사점은, 무선 송전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지궤도급 거리의 위성 간 전력빔에는 자유공간 전송이 유리하지만, 착륙선에서 반경 수백 미터~1km 남짓의 근거리 크레이터 내부로 전력을 보내는 문제에서는 정렬·추적 부담이 없는 케이블 배전이 오히려 공학적으로 더 단순하고 검증하기 쉬운 해법일 수 있다는 것 — 거리와 정밀도 요구조건에 따라 최적 전송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 임무가 실증하려는 셈이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루나그리드-라이트의 핵심은 발전 기술이 아니라 “발전 위치와 소비 위치의 분리”를 가능케 하는 배전 인프라라는 데 있다.
Reason. 지금까지 달 탐사선의 전력계 설계는 발전원(태양전지든 RTG든)을 소비 지점, 즉 탐사체 본체에 직접 부착하는 것이 기본 전제였다. 이 전제가 깨지는 순간 임무 설계의 자유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 태양이 드는 위치에 대형·고효율 발전 자산을 고정 배치하고, 여러 대의 소형 로버나 과학장비를 그림자 속에서도 케이블만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 각 로버가 저마다 태양전지·배터리·열관리계를 완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로버 개별 질량 절감으로 직결되고, 절감된 질량은 과학장비나 이동성능에 재배분될 수 있다.
Example. 가정: 6U 큐브로버(약 12kg급, BC: 애스트로보틱이 공개한 질량이 아닌 6U 규격 통상치 가정)가 자체 태양전지·배터리 세트를 갖추려면 전력계 질량이 전체의 20~30%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소형 위성 설계 경험칙이다. 케이블로 전력을 공급받는다면 이 몫이 케이블 인터페이스 커넥터 수준으로 줄어, 절감된 질량만큼 과학장비나 이동 메커니즘에 배분할 여지가 생긴다 — 다만 이 수치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적 가정이며 루나그리드-라이트 로버의 실제 질량 배분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Point (재확인). 그러나 이 접근은 근본적인 제약을 안고 있다 — 케이블 길이(현재 목표 1km)를 벗어난 지점은 원천적으로 서비스할 수 없고, 지형이 복잡한 크레이터 사면에서 1km 케이블을 고장 없이 풀어내고 되감는 전개 메커니즘 자체가 이번 데모의 최대 기술 리스크로 남는다.
경계조건(BC) 주석. 최종설계검토(CDR)는 2025년 8월 완료된 것으로 확인되며, 이는 발행일(2026-09) 기준 최신 뉴스가 아니라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배경 마일스톤이다. 애스트로보틱은 이후 “비행모델 제작 중(flight model underway)” 상태에 있다고 밝혔으나 2026년 하반기 기준 최신 진행 상황(부품 조달, 통합시험 일정)은 회사가 별도로 공개하지 않아 본문에서 추정하지 않았다. 큐브로버 질량 배분(20~30%) 수치는 소형위성 설계 일반 경험칙을 인용한 예시로, 루나그리드-라이트 로버의 공식 사양이 아니다.
| 항목 | 내용 |
|---|---|
| 프로젝트 | 루나그리드-라이트(LunaGrid-Lite) — 애스트로보틱, NASA 팁핑포인트 3,460만 달러 |
| 핵심 기술 | 1km 고전압 케이블 + NASA 글렌 공동개발 전력변환기 |
| 실증 목표 | 착륙선→6U 큐브로버 1kW 전력 전송(달 표면 최초 테더 송전) |
| 2025-08 마일스톤 | 최종설계검토(CDR) 완료 |
| 사업 목표 | 2020년대 말까지 아르테미스·CLPS 상용 배전 서비스화 |
본 글은 애스트로보틱이 공개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설계검토 완료 시점(2025년 8월)과 이후 진행 상황을 구분해 명시했습니다. 케이블 전개 메커니즘의 지상시험 데이터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아 추정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