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이탈 서비스의 병목은 포획이 아니라 전력이다

궤도이탈 서비스에서 결합체 관성모멘트가 7.8배로 늘어나는 구조를 나타낸 커버

국방혁신단(DIU, Defense Innovation Unit)과 우주개발국(SDA, Space Development Agency)이 ‘궤도이탈 서비스(Deorbit-as-a-Service)’ 설계 사업자로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디오빗, 카탈리스트 스페이스 3사를 선정하고 합계 840만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예비설계검토를 거쳐 일부만 궤도상 실증으로 넘어갑니다. 세 회사의 접근은 제각각입니다. 부드러운 포획 암, 다목적 서비싱 기체, 표준화 로봇 위성. 언론의 시선도 대체로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쏠려 있습니다. 그런데 죽은 위성을 붙잡은 다음이 더 가혹합니다. 표적은 전기가 끊긴 채 굴러가고 있고, 그 순간부터 두 기체분의 자세와 궤도를 한 대의 전력 시스템이 감당해야 합니다. 잡는 것과 끌고 내려가는 것 중, 어느 쪽이 진짜 설계를 결정할까요?

잡는 일은 생각보다 싸다

먼저 포획의 난이도를 정량화해 보겠습니다. 비협조 표적의 대표적 어려움은 텀블링입니다. 자세제어가 죽은 위성은 잔여 각운동량과 외란 토크로 계속 굴러갑니다. 그 각운동량을 없애는 데 얼마나 드는지부터 계산합니다.

경계 조건(BC)입니다. ① 표적은 500 kg, 1,500 × 1,500 × 2,000 mm 직육면체 균질체, 텀블링 5 °/s, ② 서비서는 300 kg, 관성모멘트 100 kg·m², ③ 결합 후 두 기체 질량중심 간 거리 1,500 mm, ④ 초기 원궤도 고도 800 km에서 근지점 50 km로 낮추는 궤도이탈, ⑤ 화학 추진은 단일추진제 Isp 220 s, 전기 추진은 홀 스러스터 Isp 1,600 s·추력 80 mN·소비전력 1.5 kW, ⑥ 저궤도 일조율 65 %, 분사 자세 구속에 따른 태양 입사 코사인 평균 0.60, ⑦ 저추력 나선 궤도이탈의 Δv 증가분 및 J2 섭동 무시(낙관 가정).

표 1. 텀블링 표적의 디텀블 소요 (BC: 상기 ①②)
항목비고
표적 관성모멘트260.4 kg·m²I = (1/12)m(a² + c²)
각운동량 (5 °/s)22.7 N·m·sL = Iω
소형위성 반작용휠 저장용량0.1~1 N·m·s휠 단독 흡수 불가 — 23배 초과
추력기 1 N·모멘트암 750 mm토크 0.75 N·m디텀블 30 s
디텀블 소요 추진제14 gIsp 220 s 기준

이 표의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텀블링을 죽이는 데 드는 추진제는 14 g, 즉 사실상 공짜입니다. 다만 반작용휠로는 불가능합니다. 표적 각운동량이 소형위성 휠 용량의 20배를 넘기 때문에, 서비서는 반드시 추력기를 써야 합니다. 여기서 첫 번째 설계 분기가 생깁니다. 전기로 저장할 수 있는 것(휠)과 추진제로만 처리할 수 있는 것(대각운동량)의 경계입니다.

붙잡는 순간 관성이 7.8배가 된다

문제는 결합 이후입니다. 두 기체가 하나가 되면 관성모멘트는 단순 합이 아니라 평행축 정리를 따릅니다. 질량중심이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환산질량 항이 크게 붙습니다.

Ic = I표적 + I서비서 + μ·d²,   μ = m1m2/(m1+m2)

표 2. 결합체 관성과 자세 기동 시간 (Ic = 782 kg·m², 서비서 단독 대비 7.8배)
반작용휠 저장용량최대 각속도90° 자세 전환운용 함의
1 N·m·s (소형 표준)0.073 °/s20.5 min태양 지향 ↔ 분사 지향 전환에 궤도의 1/5 소모
5 N·m·s0.366 °/s4.1 min실용 하한
12 N·m·s (중형)0.879 °/s1.7 min휠 질량·전력 부담 증가

이 표가 말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서비서에 표준 소형위성용 자세제어계를 그대로 얹으면, 자세를 90° 돌리는 데 20분이 걸립니다. 저궤도 궤도주기가 95분 남짓이니 궤도의 5분의 1을 회전에만 쓰는 셈입니다. 그리고 태양전지 지향과 분사 방향이 어긋나는 임무에서는 그 회전을 궤도마다 반복해야 합니다. 자세제어계를 키우면 해결되지만, 커진 휠은 더 무겁고 더 많은 전기를 먹습니다.

추진제는 변동비, 전력은 고정비

이제 본론입니다. 궤도이탈 자체에 필요한 Δv는 크지 않습니다. 근지점을 대기권으로 낮추는 한 번의 감속이면 됩니다.

표 3. 고도별 궤도이탈 Δv와 소요 추진제 (결합체 800 kg, 근지점 50 km)
초기 고도Δv화학 (Isp 220 s)전기 (Isp 1,600 s)
600 km156.7 m/s56.0 kg7.9 kg
800 km208.3 m/s73.6 kg10.5 kg
1,000 km257.4 m/s90.0 kg13.0 kg

이 표의 시사점은 겉보기에 단순합니다. 전기 추진이 추진제를 7분의 1로 줄입니다. 그런데 그 대가가 전력 하드웨어입니다. 80 mN으로 총 임펄스 167 kN·s를 만들려면 24.1일 연속 분사가 필요하고, 그동안 1.5 kW를 끊김 없이 대야 합니다. 결합체 자세가 분사 방향에 묶여 있으므로 태양전지는 최적 지향을 포기해야 하고, 여기에 식(eclipse) 구간까지 겹칩니다.

표 4. 전기 추진 운용에 필요한 전력 하드웨어 증분 (BC: 상기 ⑤⑥)
항목산정질량
유효 발전율일조율 0.65 × 코사인 평균 0.60 = 39 %
태양전지 어레이1.5 kW ÷ 0.39 = 정격 3.85 kW (기존 1 kW 대비 증분)28 kg
배터리식 구간 0.88 kWh/궤도, DOD 40 % → 정격 2.19 kWh15 kg
전력처리장치(PPU)홀 스러스터 구동부10 kg
전력 하드웨어 증분 합계 — 처리 대수와 무관한 고정비53 kg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추진제는 처리하는 위성 수에 비례해 늘어나는 변동비이고, 전력 하드웨어는 한 번만 올리면 되는 고정비입니다. 두 비용 구조가 다르므로, 서비스 기체의 최적 설계는 “몇 기를 처리할 것인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리 대수 N에 따른 추진 시스템 누적 질량 (고도 800 km) 0 100 200 300 kg 화학 — 전량 변동비 전기 — 고정비 53 kg + 기당 10.5 kg N=1 N=2 N=3 N=5 N=1에서 10 kg 차이가 N=5에서 262 kg으로 벌어진다 — 기울기가 다른 두 비용 구조

그림 1. 전기 추진의 이점은 첫 기체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고, 반복 처리에서 폭발적으로 커진다.

표 5. 처리 대수별 누적 추진 시스템 질량
처리 대수 N화학 추진전기 추진 (고정비 53 kg 포함)차이
1기73.6 kg63.6 kg+10.0 kg
2기147.2 kg74.1 kg+73.1 kg
3기220.9 kg84.7 kg+136.2 kg
5기368.1 kg105.8 kg+262.3 kg

이 표의 시사점은 이렇습니다. 1기만 처리한다면 두 방식의 차이는 10 kg, 즉 의미가 없습니다. 전기 추진의 이점은 두 번째 표적부터 나타나고 다섯 번째에서 262 kg으로 벌어집니다. 다시 말해 서비스라는 사업 모델 자체가 전력 중심 설계를 요구합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성 궤도이탈 킥 스테이지라면 화학 추진이 옳습니다.

전력·에너지 관점

주장(Point). 궤도이탈 서비스의 설계를 가르는 변수는 포획 메커니즘이 아니라, 추진제(변동비)와 전력 하드웨어(고정비) 사이의 배분입니다. 그리고 전력 쪽을 택하는 순간 서비스 1건의 소요 시간이 며칠에서 한 달로 늘어납니다.

이유(Reason). 세 가지입니다. 첫째, 포획과 디텀블에 드는 추진제는 14 g 수준으로 무시할 수 있고, 실제 예산은 전적으로 궤도이탈 Δv에서 발생합니다. 둘째, Δv를 싸게 만드는 유일한 수단인 비추력 향상은 전력 소비와 직결되며, 전력을 대려면 어레이·배터리·전력처리장치라는 고정 질량이 붙습니다. 셋째, 결합체의 관성이 7.8배로 불어나 자세 기동이 느려지므로, 태양 지향과 분사 지향을 번갈아 하는 운용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분사 자세에 태양전지를 묶은 채 39 %의 유효 발전율로 한 달을 버텨야 합니다.

사례(Example). 표 5의 5기 처리 시나리오를 보겠습니다. 화학 추진 기체는 368 kg의 추진제를 싣고 올라가 5기를 며칠 만에 처리합니다. 전기 추진 기체는 106 kg만 싣고 올라가지만 1기당 24일, 5기에 120일이 걸립니다. 262 kg의 발사 질량을 아끼는 대가로 넉 달의 시간을 씁니다. 즉 전력은 질량을 사고 시간을 팝니다. 궤도 정리 수요가 급한 상황이라면 이 거래가 불리해집니다.

재강조(Point). 그러므로 예비설계검토에서 평가해야 할 항목은 팔의 파지력이나 도킹 성공률만이 아닙니다. 단위 시간당 몇 기를 내릴 수 있는가, 그 처리량이 전력 시스템의 어느 항에서 막히는가가 함께 놓여야 합니다.

반론과 한계

첫째, 위 계산은 저추력 나선 궤도이탈의 Δv 증가분을 무시했습니다. 실제로 연속 저추력으로 근지점을 낮추면 접선 방향 분사가 계속되면서 임펄스식 계산보다 Δv가 늘고, 24일은 하한에 가깝습니다. 이 항을 넣으면 전기 추진 쪽이 더 불리해집니다.

둘째, 텀블링을 완전히 죽이지 못한 상태에서 24일 연속 분사가 가능한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결합부에 상시 걸리는 추력 하중과 잔여 회전에 따른 반복 굽힘은 포획 인터페이스의 피로 설계 항목이 됩니다. 부드러운 포획 방식은 여기서 강성이 부족해질 수 있고, 강체 도킹 방식은 초기 접촉 하중이 커집니다. 포획 방식의 우열은 잡는 순간이 아니라 끌고 가는 한 달 동안 갈립니다.

셋째, 지상 로봇 시험대에서 검증한 랑데부·근접운용(RPO, Rendezvous and Proximity Operations) 알고리즘의 성능을 궤도 성능으로 확언할 수 없습니다. 지상 시험대는 중력 보상 장치의 마찰과 강성이 남고, 무엇보다 6자유도 자유부유 상태를 완전히 재현하지 못합니다. 조명 조건 또한 다릅니다. 표적이 태양을 등지고 있을 때의 영상 항법 성능은 궤도상 실증에서만 확인됩니다.

요약

표 6. 요약
구분내용
사업 사실DIU·SDA가 파이어플라이·디오빗·카탈리스트 3사에 합계 840만 달러 배정, 예비설계검토 후 궤도상 실증 선별
포획 비용표적 각운동량 22.7 N·m·s, 디텀블 추진제 14 g — 사실상 무시 가능
결합 효과관성모멘트 782 kg·m² (서비서 단독의 7.8배), 소형 휠로는 90° 전환에 20.5분
Δv고도 800 km → 근지점 50 km, 208.3 m/s. 화학 73.6 kg vs 전기 10.5 kg
전력 고정비어레이 28 + 배터리 15 + PPU 10 = 53 kg, 처리 대수와 무관
핵심 통찰추진제는 변동비, 전력은 고정비. N=1에서 10 kg 차이가 N=5에서 262 kg으로 벌어진다
대가전기 추진은 질량을 사고 시간을 판다 — 1기당 24일, 5기에 넉 달

현장 체크포인트

  • 서비싱 기체 사양을 볼 때 추진제 탑재량과 함께 ‘설계 처리 대수’를 확인합니다. 대수가 없는 추진제 수치는 비교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 자세제어계는 서비서 단독 관성이 아니라 결합체 관성으로 사이징되었는지 확인합니다. 평행축 항이 지배적입니다.
  • 전기 추진 제안서에서는 분사 자세 구속 하의 유효 발전율을 요구합니다. 어레이 정격만 제시된 자료는 식 구간과 코사인 손실을 숨기고 있습니다.

본문의 관성·Δv·전력 하드웨어 질량 수치는 명시된 경계 조건 아래 1차 산정한 값이며 특정 사업자의 설계값이 아닙니다. 사업 관련 사실은 공개된 발표 및 보도 시점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지상 로봇 시험대 결과를 궤도 성능으로 확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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