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다빈치 탐사구는 배터리 하나로 금성의 뜨거운 1시간을 건넌다

어두운 우주를 배경으로 가장자리에 푸른 빛이 도는 금속 구체를 그린 키노트형 그림, 금성 강하 탐사구의 배터리와 열 문제를 상징
ISSUE 2026·W40우주 소재·탐사기술

태양전지 없는 금성 탐사구에서는 전기를 아끼는 일이 곧 열을 버티는 일입니다.

2,400 Wh라는 숫자를 NASA 논문에서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먼저 한 일은 휴대폰 보조배터리 몇 개 분량인지 세는 것이었습니다. 흔한 20,000 mAh, 3.7 V 제품을 기준으로 잡으면 한 개가 약 74 Wh라서 서른두 개쯤 됩니다. 금성으로 내려갈 NASA 다빈치(DAVINCI) 탐사구는 이 전기만 품고 태양전지 없이 이틀을 날아간 뒤, 약 1시간 동안 내려가 납이 녹을 만큼 뜨거운 표면에 닿습니다. 9월 24일 NASA는 이 탐사구의 시험 모델이 465 °C 가열로를 여섯 번 견뎠다고 발표했어요. 발표와 논문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서, 이 작은 공 안에서는 열을 막는 문제와 전기를 아끼는 문제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시험용 공 하나가 465 °C 가열로를 여섯 번 드나들었습니다

NASA 블로그 본문의 첫 세 문단을 옮기면 이래요. 시험은 8월 28일부터 9월 1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베드퍼드의 열처리 업체 Rex Heat Treat에서 열렸습니다. 요가 공만 한 구체를 세라믹을 두른 가열로에 밀어 넣고, 약 1시간에 걸쳐 869 °F, 곧 465 °C까지 올렸습니다. 이 속도가 실제 강하 때 탐사구가 달궈지는 속도와 같다고 NASA는 설명합니다. 같은 가열을 다섯 번 더 되풀이했고, 시험 모델은 매번 멀쩡했습니다.

안에는 진짜 과학 기기 대신 기기를 흉내 낸 하드웨어가 들어갔고, 100개가 넘는 온도 센서가 그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책임연구원 짐 가빈은 55~60분의 강하 시간표대로 여섯 번 금성 표면 온도까지 올렸다고 말했어요. 미국에서 우주선 규모의 하드웨어를 금성 온도로 이렇게 완전히 평가한 건 197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라고도 했습니다. 저는 이 가운데 55~60분이라는 시간표를 따로 적어 뒀습니다. 이 탐사구에서는 그 시간이 곧 전기와 열을 나눠 쓰는 기한이기 때문입니다.

가열로 시험을 앞두고 받침대에 올려진 DAVINCI 강하 구체 시험 모델, 은색 금속 구와 가운데 이음 고리가 보이는 실사
가열로 시험 전의 DAVINCI 강하 구체 시험 모델(Engineering Development Unit). 사진: NASA/Mike Guinto.

다빈치는 탐사선과 탐사구 두 부분으로 된 임무입니다. NASA 임무 페이지 개요에 따르면, 탐사선이 금성 곁을 여러 번 지나며 구름과 표면을 관측하다가 임무 2년째에 탐사구를 떨어뜨립니다. 떨어져 나온 강하 구체(Descent Sphere)1는 대기를 뚫고 내려가며 기체 성분과 온도, 압력, 바람을 재고, 구름 아래에서는 알파 레지오라는 산악 지대를 찍습니다. 블로그 일곱째 문단에 따르면 측정값은 약 9,000 km 위를 나는 탐사선으로 올려 보내고, 탐사선이 나중에 지구로 전합니다.

구체의 제원은 NASA 기술 문서 서버(NTRS)에 올라온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엔지니어들의 학회 논문에 자세히 나옵니다. 논문 2쪽 왼쪽 단에는 지름 0.84 m의 티타늄 용기가 90기압, 450 °C, 황산 대기를 견디도록 설계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험 온도는 465 °C였고, NASA 금성 소개 페이지는 표면을 약 467 °C로 적습니다. 자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른데, 시험이 논문의 설계 값보다 15 °C 높게 잡혔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이 구체의 속은 비어 있습니다. 공기조차 빼낸 진공으로 설계됐어요. 논문을 보면 옛 파이어니어 비너스 탐사구는 안을 1.1기압 이산화탄소로 채웠지만 다빈치는 진공으로 바꿨습니다. 히터 전력이 줄고 다층 단열재(MLI, Multilayer Insulation)2가 더 잘 듣기 때문이라고 논문은 설명합니다. 보온병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안쪽 벽과 바깥 벽 사이를 진공으로 두면 뜨거운 차는 오래 식지 않고 찬 물은 오래 미지근해지지 않죠. 다빈치는 그 진공을 구 안 전체로 넓혀 바깥 열이 늦게 들어오게 합니다.

그런데 보온병 비유는 한 군데서 맞지 않습니다. 보온병 속 차는 스스로 열을 내지 않지만, 탐사구 안의 전자기기는 켜져 있는 내내 열을 냅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열만 막으면 끝이 아니라 안에서 생기는 열까지 어딘가에 담아야 하죠. 이 차이가 전력 이야기의 출발점이라, 탐사구가 분리된 뒤 어떤 순서로 전기를 쓰는지부터 그림으로 정리했습니다.

DAVINCI 강하 구체의 일정: 진입 약 이틀 전 분리, 동면 뒤 진입 약 2시간 전 예열, 약 1시간 강하배터리 하나로 버티는 약 49시간동면 약 46시간예열 2시간강하 1시간중계선에서 분리표면 도달대부분 2 W 미만(어림 약 92 Wh)남은 약 2,308 Wh평균 약 770 W(어림)막대 길이는 시간 비율이 아니라 순서를 나타냅니다
강하 구체가 중계선에서 떨어진 뒤 표면에 닿기까지의 순서. 그림: Cosmoess 작성, 자료: NASA NTRS 20240015826 1·2·3·5쪽, 전력 값은 Cosmoess 계산(가정 포함).

그림처럼 탐사구는 진입 약 이틀 전에 탐사선에서 떨어진 뒤 동면 모드(Hibernation mode)3로 떠갑니다. 논문 5쪽은 이 기간 대부분에 2 W 미만만 쓰도록 전용 회로 카드를 만든다고 적었습니다. 진입 약 2시간 전부터는 부품을 작동 온도까지 데우고, 진입 뒤에는 약 1시간 동안 거꾸로 부품이 너무 뜨거워지지 않게 버팁니다. 옛 소련의 베네라 착륙선은 표면에 내려앉은 뒤 가장 오래 버틴 것이 2시간, 가장 짧은 것이 23분이었다고 NASA 금성 페이지는 적습니다. 다빈치의 목표는 착륙 뒤가 아니라 내려가는 1시간 동안 기기를 작동 온도 안에 두는 것이에요.

가열로가 재현한 것은 온도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시험이 무엇을 보여 줬는지는 분명합니다. 금성 강하와 같은 속도로 465 °C까지 달궈도 안쪽 기기 자리가 버텼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블로그 본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도 찾을 수 없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가열로 안의 압력과 기체 종류입니다. 금성 표면 기압은 지구 해수면의 약 93배이고 대기는 이산화탄소, 구름은 황산입니다. 이 조건까지 함께 걸었는지는 이 발표에 적혀 있지 않아서, 저는 걸었다고도 걸지 않았다고도 쓰지 않겠습니다.

차이를 한 표에 모았습니다. 왼쪽은 발표에 적힌 지상 시험이고, 오른쪽은 NASA 블로그와 논문, NASA 금성 자료에 적힌 실제 조건입니다.

항목지상 가열로 시험실제 금성 강하
최고 온도465 °C(738 K)표면 약 467 °C(740 K)
가열에 걸리는 시간약 1시간, 강하와 같은 속도55~60분 강하(가빈 인용)
바깥 압력발표에 적혀 있지 않음약 90기압(설계 기준)
바깥 기체발표에 적혀 있지 않음이산화탄소, 황산 구름
내부 기기기기를 흉내 낸 하드웨어, 열 센서 100개 넘게실제 과학 기기 5개
반복6회단 1회

여섯 번 통과했다는 기록은 튼튼하지만, 실제 금성에서는 단 한 번의 기회에 압력과 부식까지 겹칩니다. 그래서 저는 이 표에서 반복 횟수보다 빈칸 두 개를 먼저 봤습니다. 지상에서 온도를 먼저 따로 확인하고 다른 조건은 다른 시험에서 따지는 방식은 흔하지만, 그 조합이 실제로 어떻게 짜였는지는 이 발표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지상과 우주의 차이는 압력만이 아닙니다. 지구 공기 속에서도 뜨거운 공기는 움직이며 열을 나릅니다. 금성 표면의 이산화탄소는 그보다 훨씬 짙은 유체라, 구체 겉면에 열을 더 부지런히 실어 나를 거라고 봐요. 이틀을 떠가는 동안은 정반대로 차가운 진공이 문제고요. 논문 7쪽 요약도 차가운 우주 진공에서 90기압, 460 °C까지 이어지는 넓은 범위가 열과 기계 설계를 끌고 갔다고 정리합니다.

이 두 극단을 한 구조로 버티는 원리는 겹겹의 벽입니다. 티타늄 셸은 압력과 산을 맡지만 너무 얇아서 열을 막지는 못합니다. 그 안쪽에 고온용 단열재와 일반 단열재를 겹쳐 25.4 mm(1인치) 두께의 장벽을 둡니다. 논문 6쪽에 따르면 안쪽 기기는 −30~50 °C에서만 작동하고, 단열재는 내부 압력이 1e-3 Torr(토르)4보다 낮아야 제 성능을 냅니다. 90기압을 토르로 바꾸면 68,400 Torr라, 바깥과 안의 압력 차는 약 6,800만 배예요.

온도도 같은 식으로 한 축에 놓아 봤습니다. 섭씨로 보면 450과 465와 467이 비슷해 보이지만, 켈빈으로 바꾸면 안쪽 기기가 버틸 수 있는 상한과 바깥의 거리가 선명해집니다.

기기 작동 상한 323 K, 논문 설계 온도 723 K, 가열로 시험 738 K, 금성 표면 740 K 비교 막대그래프안과 밖의 온도 차이(단위 K, 0에서 시작)0200400600800기기 작동 상한323 K논문 설계 온도723 K가열로 시험 온도738 K금성 표면(NASA)740 K온도(K)
섭씨 값을 켈빈으로 바꿔 한 축에 놓았습니다(K = °C + 273.15, 정수 반올림). 그림: Cosmoess 작성, 자료: NASA NTRS 20240015826 2·6쪽, NASA DAVINCI 블로그(2026-09-24), NASA Venus Facts.

기기 작동 상한 323 K와 시험 온도 738 K 사이가 약 415 K입니다. 이 차이를 1시간 동안 25.4 mm짜리 단열층 하나로 다 막을 수는 없어서, 새어 들어온 열을 붙잡아 둘 곳이 필요합니다. 논문은 그 역할을 앞쪽 기기 데크와 뒤쪽 배터리 데크, 두 장의 베릴륨 판에 맡겼습니다. 베릴륨의 열용량(Heat capacity)5이 알루미늄의 4배라서 같은 열을 더 가볍고 작은 판으로 받아 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4배는 논문에 적힌 값 그대로이고, 질량당인지 부피당인지 같은 기준은 논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DAVINCI 강하 구체를 잘라 티타늄 셸, 단열층, 베릴륨 데크, 배터리, 사파이어 창의 위치를 보여 주는 등각 단면 도식
강하 구체 내부 구성 개념도(치수 비율과 부품 수는 실제와 다름). 그림: Cosmoess 작성, 자료: NASA NTRS 20240015826 2·3·5·6쪽.

단면으로 보면 가장 약한 곳은 카메라 쪽입니다. 금성 표면을 찍으려면 바깥을 봐야 해서 벽에 창을 내야 하거든요. 보통 유리는 녹아 버리니 바깥 창은 사파이어로 만들고, 안쪽에 적외선을 막는 창을 두 장 더 둡니다. 그래도 카메라는 다른 부품보다 뜨거워지기 쉬워서, 둘레에 상변화 물질(PCM, Phase Change Material)6을 감아 온도 상승을 늦춥니다. 얼음이 녹는 동안 음료가 차갑게 유지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진공을 지키는 일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논문 6쪽은 안쪽 부품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는 기체가 쌓이면 내부 압력이 허용치를 넘는다고 경고합니다. 그래서 부품을 넣기 전에 세척하고 구워 휘발 성분을 날려 보내고, 구를 봉한 뒤에도 안의 기체를 여러 번 뽑아낼 계획이라고 적었어요. 진공이 무너지면 두 구간에서 값을 치릅니다. 이틀 비행 중에는 단열이 나빠진 만큼 생존 히터가 배터리를 더 쓰고, 강하 중에는 더 들어온 열을 베릴륨 판과 상변화 물질이 떠안아야 합니다.

강하하는 동안 쓴 전기 에너지는 거의 다 구 안의 열로 남습니다

강하하는 1시간만 떼어 보면, 이 구체 안에서는 전력 예산과 열 예산이 한 장부에 적힌다고 저는 봅니다. 전자기기가 쓴 전기는 전파로 밖에 나간 몫을 빼면 거의 모두 열로 바뀝니다. 바깥이 안보다 훨씬 뜨거운 동안에는 그 열이 밖으로 빠져나갈 길도 없습니다. 논문 5쪽이 베릴륨 데크의 역할을 바깥에서 새어 든 열과 내부 전자기기가 만든 열을 함께 흡수하는 것으로 적은 것도 같은 이야기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배터리에는 전기가 얼마나 있을까요. 논문 3쪽의 배터리는 약 2,400 Wh의 이차전지(Secondary battery)7이고, 배터리 전압을 2쪽의 버스 전압 28 V로 보면(가정) 약 85.7 Ah입니다. 처음에는 2,400 Wh를 강하 1시간으로 나눠 평균 2,400 W를 쓸 수 있다고 어림했는데, 이틀 비행과 예열을 빼먹은 계산이었습니다. 동면 구간을 예열 전 약 46시간으로 잡고 내내 2 W를 썼다고 치면(가정) 약 92 Wh로, 전체의 3.8%입니다.

남은 약 2,308 Wh를 예열 2시간과 강하 1시간에 고르게 쓴다고 가정하면, 계산은 2,308 ÷ 3 ≈ 769로 평균 약 770 W가 나옵니다. 교신 점검과 생존 히터를 뺀 어림이고, 동면 소비를 0으로 잡아도 2,400 ÷ 3 = 800 W를 넘을 수는 없습니다. 논문은 배터리가 이틀 비행과 강하를 충분한 여유를 두고 감당하도록 설계됐다고만 적었고, 강하 중 실제 소비 전력은 나오지 않습니다. 참고로 2,400 Wh를 줄로 바꾸면 8.64 MJ입니다.

아이스박스에 빗대 볼게요. 뚜껑을 꼭 닫은 아이스박스 안에 손전등을 켜 두면, 빛이 벽에 흡수되면서 안이 아주 조금씩 데워집니다. 전기를 오래, 많이 쓸수록 안에 쌓이는 열도 그만큼 늘죠. 이 비유가 어긋나는 점도 있습니다. 손전등의 열은 아이스박스를 녹일 만큼 크지 않지만, 탐사구에서는 바깥 740 K의 열이 동시에 스며들어 두 열이 같은 베릴륨 판을 나눠 씁니다.

가장 나쁜 경우는 데이터 쪽에서 먼저 보입니다. 논문 4쪽은 강하 중 탐사선으로 올려 보낼 수 있는 데이터를 최선 1.2 Gbit, 가장 그럴듯한 경우 636.2 Mbit, 최악 154 Mbit로 추정했습니다. 최악은 가장 그럴듯한 경우의 약 4분의 1이에요. 링크 속도에 맞춰 보내는 속도를 바꾸는 조정형 데이터 전송률(ADR, Adjustable Data Rate)8을 쓰고, 임무에 꼭 필요한 측정부터 보냅니다. 전기와 열이 넉넉하지 않은 탐사구에서는 무엇을 먼저 보낼지 정하는 규칙도 에너지를 쓰는 방식의 하나입니다.

전지 종류를 고를 때도 설계팀은 에너지 밀도를 일부 내려놓았습니다. 논문 5쪽에 따르면 처음에는 일차전지(Primary battery)9를 기준으로 삼았다가 충전식으로 바꿨습니다. 일차전지는 같은 무게에 전기를 더 담지만, 지상에서 전지를 넣은 채 시험하기 어렵고 조립된 구를 다시 열어 전지를 바꾸는 위험도 큽니다. 설계팀은 그 위험을 줄이는 대신 질량을 더 쓰기로 했어요.

배터리를 넉넉히 키우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논문 5쪽의 구 크기 절이 답합니다. 구가 크면 표면적이 늘어 더 빨리 달궈지고, 무거워지면 진입 때 열차폐가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지름 0.84 m 구의 겉넓이는 약 2.22 m², 바깥지름 기준 부피는 약 310 L입니다. 셸과 단열층을 빼면 실제 공간은 이보다 작은데, 여기에 기기 5개와 배터리, 전자장비, 통신 부품이 모두 들어가야 합니다.

배터리를 키우면 질량과 부피, 구 지름, 가열 속도, 열 흡수 재료가 차례로 늘어 다시 질량이 커지는 순환 구조배터리 에너지를 늘림질량과 부피 증가구 지름 증가표면적 증가, 더 빨리 가열베릴륨·단열재 증가안에서 쓴 전기도구 안의 열로 남음열차폐가 감당할 수 있는 질량에는 한계가 있음(NTRS 5쪽)
배터리를 늘리는 해법이 다시 질량 문제로 돌아오는 구조. 그림: Cosmoess 작성, 자료: NASA NTRS 20240015826 3·5쪽.

그림의 고리를 문장으로 풀어 봅니다. 전기를 더 담으려고 배터리를 키우면 질량과 부피가 늘고, 그것을 넣으려면 구가 커집니다. 구가 커지면 겉넓이가 늘어 열이 더 빨리 들어오고, 그 열을 받아 낼 베릴륨과 단열재가 더 필요해지면서 질량이 다시 늘어납니다. 그 질량은 마지막에 진입 때 열차폐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와 부딪힙니다. 지상 설비라면 방열판을 하나 더 달면 끝날 일이지만, 이 공에는 그럴 표면도 여유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탐사구의 설계는 전지를 키우는 쪽보다 전지를 덜 쓰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탐사선에 붙어 가는 동안에는 중계 탐사선(CRIS)10의 전력으로 전지를 세류 충전하고, 분리 전에 탐사선 전력으로 내부를 미리 데워 둡니다. 분리 직전까지 전지를 가득 채우고, 떨어진 뒤에는 동면으로 버팁니다. 배터리 용량 숫자보다 강하 1시간의 소비 전력과 그 열을 받아 낼 데크의 여유가 이 탐사구의 성패에 더 가까운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탐사구에서 먼저 멈출 시계는 배터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논문 4쪽의 3절 첫 문단은 임무 성공의 조건을 세 가지로 적습니다. 안쪽 부품이 과열되기 전에, 전력이 바닥나기 전에, 그리고 탐사선이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 교신이 끊기기 전에 표면에 닿아야 합니다. 동시에 측정할 시간을 벌어야 하니 너무 빨리 떨어져서도 안 되죠.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는 셈입니다.

배터리가 먼저 떨어지면 탐사는 거기서 끝나나요?

그렇습니다. 태양전지가 없으니 전지가 비는 순간 측정도 송신도 멈춥니다. 다만 세 조건 가운데 전력은 설계팀이 가장 직접 조절할 수 있는 항목입니다. 분리 직전까지 전지를 채우고, 동면 전력을 2 W 미만으로 묶어 이틀 비행의 소비를 줄이도록 짠 것이 그 조절입니다. 열은 바깥 조건을 금성이 정하고 설계는 그 안에서 여유를 벌 뿐이며, 교신 시간은 탐사선의 궤도가 정합니다.

크기를 체감하려고 프라모델 축척으로도 옮겨 봤습니다. 지름 840 mm인 구체를 1/72로 줄이면 11.7 mm, 1/144로 줄이면 5.8 mm입니다. 1/72 비행기 모형 옆에 두면 새끼손톱만 한 구슬이에요. 실물로 돌아가면 310 L가 채 안 되는 공간에 기기 다섯 대와 보조배터리 서른두 개어치 전기가 들어가니, 부품마다 리터 단위로 자리를 다툽니다.

누가 어느 경계를 맡는지도 공개 자료에서 이어 볼 수 있습니다. 열과 압력을 막는 쪽에는 티타늄 셸, 베릴륨 데크, 사파이어 창 같은 소재가 있습니다. 전력과 통신 쪽 부품으로는 응용물리연구소(APL, Applied Physics Laboratory)가 공급하는 통신 카드가 논문에 나옵니다. 강하 구체는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엔지니어들이 설계를 이끌고, 논문 감사의 글에는 록히드마틴의 지원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번 열 시험의 가열로는 블로그에 이름이 나온 열처리 업체 Rex Heat Treat의 설비였습니다.

이 분야 뉴스를 볼 때 저는 세 가지를 순서대로 찾아봅니다. 먼저 임무가 최종 설계와 제작 단계로 넘어가는 승인을 받았는지입니다. NASA 블로그 마지막 문단은 아직 그 승인을 향해 작업 중이라고 적었습니다. 다음은 강하 1시간의 전력 예산이 공개됐는지입니다. 마지막은 논문 6쪽이 과제로 남긴 내부 진공 유지 공정이 확정됐는지예요.

일로 이어지는 길도 논문에 보입니다. 두 저자의 약력에는 모두 전기공학 학위가 적혀 있고, 한 사람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FPGA 설계 경력을 거쳐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옮겨 왔습니다. 이 탐사구에 필요한 직무를 꼽으면 열 해석 엔지니어, 전력 계통 엔지니어, 그리고 이번 같은 환경 시험을 설계하고 계측하는 시험 엔지니어입니다. NASA 채용 정보는 NASA 커리어 페이지에 모여 있고, 공고마다 요구 전공이 다르니 원문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제 판단을 정리하면, 이 탐사구에서 가장 먼저 한계에 닿을 시계는 전력이 아니라 열이나 교신 쪽이라고 봅니다. 배터리는 여유를 두고 설계됐고 동면으로 아낀 몫이 크지만, 강하 중 스며든 열은 되돌릴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이 틀렸다고 볼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앞으로 공개될 설계 자료에서 표면 도달 때의 배터리 잔량 여유가 열 여유보다 작게 나오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전력이 모자라 강하 시간표나 측정 순서를 줄였다는 발표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계산의 전제를 밝혀 둡니다. 평균 약 770 W는 약 2,400 Wh를 모두 쓰고(여유 0), 분리부터 예열 전까지 약 46시간 동안 2 W를 계속 썼으며(교신 점검·생존 히터 제외), 예열 2시간과 강하 1시간에 고르게 나눠 쓴다는 가정에서 나온 어림입니다. 배터리 전압은 버스 전압 28 V로 가정했습니다. 전기가 구 안의 열로 남는다는 설명은 바깥이 더 뜨거운 강하 구간에 한정하며, 구 밖으로 나가는 전파 에너지는 무시했습니다. 온도는 섭씨에 273.15를 더해 켈빈으로 바꿨고, 가열로 시험의 압력·기체 조건은 발표에 없어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지상 시험 통과가 금성에서의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질문답근거
무엇을 시험했나465 °C까지 약 1시간 가열을 6회, 전 구간 통과NASA 블로그 둘째·셋째 문단
전기는 어디서 오나태양전지 없이 약 2,400 Wh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NTRS 3·5쪽
동면에 드는 몫2 W 미만, 어림 약 92 Wh(약 3.8%)NTRS 5쪽 + 계산(가정)
마지막 3시간 평균 전력약 770 W(어림), 최대 800 W계산(가정)
열은 어떻게 막나내부 진공, 25.4 mm 단열층, 베릴륨 데크, 상변화 물질NTRS 3·5·6쪽
무엇이 임무를 끝내나과열, 전력 소진, 중계선과의 교신 두절 중 먼저 오는 것NTRS 4쪽

한 표로 모아 보면 이 탐사구의 설계는 전지를 키우는 쪽보다 전지를 덜 쓰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강하 중에는 전기를 쓸수록 구 안에 열이 쌓이니, 전력 소비를 줄이는 일이 곧 열 여유를 버는 일이기도 합니다.

용어 풀이

  1. 강하 구체(Descent Sphere) — 다빈치 임무에서 과학 기기를 품고 금성 대기로 내려가는 티타늄 공입니다. 진입 초반에는 열차폐 안에 들어 있다가 속도가 줄면 떨어져 나옵니다. ↩
  2. 다층 단열재(MLI, Multilayer Insulation) — 얇은 막을 여러 겹 쌓은 단열재입니다. 겹 사이에 기체가 없어야 성능이 좋아서, 이 탐사구는 안을 진공으로 설계했습니다. ↩
  3. 동면 모드(Hibernation mode) — 시간을 재는 회로와 감시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 전원을 끈 상태입니다. 이 동안에도 생존 히터에 전원을 주고, 정기 교신 점검 때는 전자장비를 깨웁니다. ↩
  4. 토르(Torr) — 압력 단위로, 1기압이 760 Torr입니다. 1e-3 Torr는 1기압의 약 76만분의 1이라 거의 진공에 가깝습니다. ↩
  5. 열용량(Heat capacity) — 물체의 온도를 1 K 올리는 데 드는 열의 양입니다. 이 값이 크면 같은 열을 받아도 온도가 천천히 오릅니다. ↩
  6. 상변화 물질(PCM, Phase Change Material) — 녹거나 굳으면서 열을 흡수하거나 내놓는 물질입니다. 녹는 동안 온도가 거의 일정해 카메라 같은 부품의 온도 상승을 늦춥니다. ↩
  7. 이차전지(Secondary battery) — 여러 번 충전해 쓰는 전지입니다. 이 탐사구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써서 탐사선에 붙어 가는 동안 계속 충전합니다. ↩
  8. 조정형 데이터 전송률(ADR, Adjustable Data Rate) — 통신 상태에 맞춰 보내는 속도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강하 중 링크 속도가 처음에는 오르다가 나중에는 떨어져서, 그때그때 보낼 양을 조정합니다. ↩
  9. 일차전지(Primary battery) — 한 번 쓰고 나면 다시 충전할 수 없는 전지입니다. 같은 무게에 담는 에너지가 큰 대신 지상 시험 때 다루기가 까다롭습니다. ↩
  10. 중계 탐사선(CRIS, Carrier, Relay, and Imaging Spacecraft) — 탐사구를 금성까지 싣고 가서 떨어뜨리고, 강하 중 데이터를 받아 지구로 전하는 탐사선입니다. ↩

배터리 용량과 온도, 압력 값은 NASA 블로그와 NTRS 논문 원문에서 쪽과 문단을 확인해 옮겼고, 동면 에너지 어림과 평균 전력 어림(최대 800 W), 단위 환산은 제가 다시 계산했습니다. 강하 중 실제 소비 전력과 가열로 시험의 압력 조건은 공개 자료에서 찾지 못해 담지 못했습니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해설이며, 특정 기업·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1차 출처: NASA, “NASA’s DAVINCI Beats Heat in Preparation for Blistering Venus Descent” (2026-09-24) · NASA NTRS, Ripley·Goodloe, “Venus Probe Architecture” (20240015826) · NASA Science, “DAVINCI” · NASA Science, “Venus: Facts” · NASA, “Careers”

참고 자료: NASA/Mike Guinto, DAVINCI 가열 시험 사진 (20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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