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패널을 넓히는 것도, RTG를 싣는 것도 아닌 세 번째 선택지가 조용히 시장을 만들고 있다. 위성이 자체 발전 대신 궤도 위 다른 발전원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타캐처(Star Catcher Industries)가 광학 전력빔(optical power beaming)으로 1.1킬로와트를 1킬로미터 넘게 전송하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궤도 컴퓨팅 기업 에테로(Aethero)와 정식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체결했다. 지상에서는 흔한 전력망 개념이 왜 궤도에서는 이제서야 등장하는가.
1.1kW, 1km—광학 전력빔 신기록의 의미
스타캐처는 미국 케네디우주센터(Kennedy Space Center)에서 다중 파장 레이저 시스템을 이용해 상용 규격 태양전지 패널에 1킬로미터 이상 거리에서 1.1킬로와트 이상의 전력을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2025년 5월 DARPA(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가 세운 800와트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시험 기간 전체 누적 전송 에너지는 10메가줄을 넘었으며, 특히 수신 측에 전용 광수신기가 아닌 상용 규격(off-the-shelf) 태양전지판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이는 특수 하드웨어 없이도 기존 위성이 광학 전력빔 수신 고객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캐처는 궤도 컴퓨팅 기업 에테로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에테로는 자사의 차세대 컴퓨팅 모듈 NxA-ECM을 10월 타이탄(Titan) 임무를 통해 저궤도(LEO, Low Earth Orbit)에 배치할 예정이며, 이 모듈이 우주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와 콘텐츠 전송망(CDN)급 처리 성능을 지향하는 만큼 안정적인 외부 전력 공급원이 필요했다. 이번 계약은 스타캐처가 확보한 열 번째 상업 고객 계약으로, 누적 수주 잔고(backlog)는 6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궤도 전력망이라는 인프라의 작동 원리
궤도 전력망의 발상은 단순하다. 모든 위성이 각자 태양전지판을 넓히고 배터리를 키우는 대신, 전력 판매를 전담하는 발전 위성이 레이저로 전력을 필요한 위성에 실시간으로 “송전”하는 것이다. 지상의 전력망이 발전소·송전선·수용가로 나뉘듯, 궤도에서도 발전-송전(광학빔)-수전이 분리되는 구조다. 다만 지상 송전선은 저항 손실만 관리하면 되지만, 광학 전력빔은 대기 산란과 조준 정밀도, 그리고 지금은 진공 중 자유공간 전파 손실까지 고려해야 하는 훨씬 복잡한 물리를 다룬다.
기존 궤도 전력원과 광학 전력빔 비교
| 구분 | 자체 태양전지 | RTG(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 | 광학 전력빔(스타캐처 방식) |
|---|---|---|---|
| 전력 확보 방식 | 위성 자체 발전 | 위성 자체 탑재(238Pu 붕괴열) | 외부 발전 위성으로부터 구매 |
| 위성 질량 영향 | 패널 면적에 비례 증가 | 고정(연료 탑재량 결정) | 수신부만 필요(상용 패널 재활용 가능) |
| 확장성 | 임무 설계 시 고정 | 사실상 불가 | 계약으로 필요시 증설 가능 |
| 2026년 실증 수준 | 상용화 완료 | 일부 임무 운용 중 | 지상 1.1kW 기록, 궤도 실증 예정 |
이 표가 보여주는 시사점은, 광학 전력빔이 태양전지나 RTG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전력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가깝다는 것이다. 임무 설계 단계에서 전력 요구량을 확정하지 못한 초소형 컴퓨팅 위성에게는, 발사 후에도 계약으로 전력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유연성이 결정적인 매력이다.
전력·에너지 관점
Point. 궤도 전력망은 결국 위성 설계에서 전력 시스템을 자본적 지출(발사 전 확정)에서 운영적 지출(계약 기반 가변)로 바꾸는 시도다. Reason. 에테로 같은 궤도 컴퓨팅 기업은 지상 데이터센터처럼 처리 수요에 따라 전력 소비가 변동하는데, 태양전지판은 궤도 진입 전에 면적이 고정되므로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광학 전력빔은 발전 위성 쪽의 용량만 충분하다면 계약 조정만으로 전력 공급량을 바꿀 수 있어 이 경직성을 해소한다. Example. 실제로 이번 계약이 스타캐처의 열 번째 상업 고객이자 6천만 달러 누적 수주라는 점은, 궤도 컴퓨팅 기업들이 자체 발전보다 전력 구매를 실질적 대안으로 채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Point. 다만 이는 여전히 지상 시험 결과(1.1kW, 1km)에 기반한 낙관적 전망이며, 실제 궤도 간 거리(수백~수천 km)에서의 빔 확산·조준 오차·자유공간 손실은 지상 시험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궤도상 첫 전력빔 실증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 사업 모델의 실효성은 검증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요약
| 항목 | 내용 |
|---|---|
| 기록 | 광학 전력빔 1.1kW, 1km 초과 거리, 누적 10MJ 이상 전송 |
| 이전 기록 | DARPA 800W (2025년 5월) |
| 계약 | 스타캐처-에테로 전력구매계약(PPA), 10번째 상업 고객 |
| 누적 수주 | 6천만 달러 이상 백로그 |
| 고객 활용처 | 에테로 NxA-ECM, 2026년 10월 타이탄 임무로 LEO 배치 |
| 다음 단계 | 궤도상 실제 전력빔 실증(2026년 하반기 예정) |
경계 조건(BC): 1.1kW·1km 전송 기록은 케네디우주센터 지상 시험 조건에서 얻은 결과이며, 궤도 진공 환경에서의 실제 빔 확산·자유공간 손실·조준 정밀도는 별도의 궤도 실증을 통해서만 확인 가능하다. 지상 대기 중 시험 결과를 궤도 성능으로 확언할 수 없다.
본 글은 2026년 8월 공개된 스타캐처·에테로의 발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궤도 실증 결과가 공개되는 대로 후속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